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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일주일에 몇 번 집밥을 드시나요?

[푸드티비뉴스 이정미 기자] 집밥이 방송과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집밥이 뭐 그리 대단하디고 이리 난리일까? 마치 그동안 집밥 한번 안 먹어본 사람들처럼 집밥의 긍정적인 면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독립해 살 때까지 꾸준히 집밥을 먹었다. 된장찌개와 계란후라이, 김치만 있어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 한끼였다. 각자 바빠서 세끼를 모두 집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아침 한끼는 꼭 가족과 함께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식구라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 자리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현대 가족은 한 자리에서 같이 밥 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모여 앉아 밥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건 분명히 작지만 큰 행복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이런 행복을 잃어버렸다.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아침밥도 외식으로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워낙 먹고 살기 바쁘니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조미료로 메이크업한 외식을 주로 하다보면 분명 영양 불균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집밥에 대해 긍정과 부정, 두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부정적인 면을 먼저 얘기하자면 주부들의 노동이다. 가족을 위해 좋은 음식을 준비하는 게 행복이라고 하지만 매일 매일 집밥을 준비하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남자들은 나이들수록 집밥을 찾지만 여자들은 나이들수록 집밥에서 해방되고 싶은 게 이런 이유다. 만약 아빠들이 조금더 관심을 갖고 아내의 집밥 만들기에 힘을 보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집밥의 부정적인 또하나의 측면은 식단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의 식탁은 밥이라는 이름의 탄수화물 위주 식단이기에 외식만큼은 아니지만 영양 불균형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집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귀찮거나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집밥의 긍정은 아무래도 같이 먹는 밥이 맛있다는 정서적 측면일 것이다. '남의 집 이밥보다 제집 보리밥이 낫다'는 속담에는 마음 편하게 먹는 밥 한 끼가 제일이라는 심정이 담겨 있다. 아내는 식구들이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다, 남편은 외식의 고칼로리에 자극받은 몸을 편안한 집밥으로 달랜다. 식단도 밥 위주가 아닌 샐러드나 브런치 등 간편식을 해도 좋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각종 반찬을 집어넣어서 고추장 슥슥 비벼 먹는 밥이 참 맛있다. 고향이 경상도인 방송인 김혜영씨도 극심한 입덧을 멈추게 한 게 엄마가 해준 멸치양념장 때문이라고 한다. 방송인 송도순씨는 부엌에서 타닥타닥 굴비를 굽는 엄마의 모습에서 집밥의 향수를 느낀다고 한다.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집밥’을 주제로 1만902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집에서 하루 한 끼를 먹는다고 대답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루 두 끼’라고 답한 응답자는 39%였고, ‘거의 먹지 않는다’는 응답도 11%나 됐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전에 직장생활할 때는 도시락을 싸서 같이 나눠먹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시들시들해졌다가 최근 집밥 열풍으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집밥을 핑계로 가독들이 강제로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화가 많은 부부가 오래오래 행복하고 대화가 많은 가족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좋다. 맛있는 집밥을 만들기 위해 가족들이 장도 같이 보고, 봄나물도 같이 뜯으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그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좋은 기운이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각 가정마다 집밥데이를 만드는 게 어떨까 한다. 그날이 금요일이어도 좋고, 일요일이어도 좋다. 딱 하루 한끼 정도는 식구들과 집밥을 먹으며 여유를 갖는게 좋을 거 같다.

집밥은 느리게 음미하며 먹는 음식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으니 소화도 잘 된다. 누구나 나쁜 일상이지만 쉼표같은 순간은 꼭 필요하다. 집밥은 우리 몸에 쉼표같은 역할을 한다. 식품영양학적으로 따져들기 보다 그냥 그 순간의 평화로운 식탁이 좋다. 날씨 좋은 날은 야외에서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어도 좋다. 집밥이라고 꼭 집 안에서 먹으라는 법은 없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들고 풍경 좋은 곳으로 가서 한끼 식사를 해보자.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