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밥통에서 하얀 김이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최미진이!” 텔레비전에서 오늘의 날씨를 말하는 캐스터의 목소리에 몇 번이고 미진의 이름을 부르는 숙희의 목소리가 섞였다. 아침이다. “최미진이! 인나라! 대학생씩이나 되면 뭐하노?” 식탁 위에는 아침부터 빈틈없이 빼곡하게 반찬이며 국이 올랐다. “미진아~ 일어나. 밥 먹자. 오늘은아침수업이라며?”“…나갑니다, 나가요.” 잠이 덜 깬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오는 미진의 눈이 번쩍 떠진다.“아빠,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영훈이 이미 말끔하게 출근 복장을 갖춰 입고서 식탁에 앉아 있던 것이다. 평소 자신과 같이 엄마, 숙희가 밥을 해놓고 닦달을 해
“한잔 더해 ”“…….” 영훈은 말없이 김 계장이 권하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박주임의 사진이 걸린 장례식장의 곡소리는 유난히도 슬펐다. 노총각 아들을 먼저 보낸 박 주임의 부모님은 차마 바라보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끼리끼리 모여 앉은 사람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향년 37세. 그야말로 한창 때 쓰러진 것이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남 이야기’가 아니다. 연령대와 딸린 식구가 있다는 것이 좀 다를 뿐, 박주임과 평소 생활습관이며 식습관이 꼭 닮은 영훈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정확한 사인이 뭐야?”터져 나오는 듯, 영훈이 입을 열었다.“뇌경색이래두. 몰라, 뇌경색?”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치며 김 계장은 한심하
“저녁도 안 먹고 운동이 되겠나?” “아, 뭐 먹고 가면 부대껴서 안돼. 나 가요!”“저, 저 문디 자슥이 한밤중에 또 뭘 시켜 물라꼬……!” 저녁준비를 하던 숙희가 쫓아 나오는 것도 아랑곳없이 동욱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렇듯이 오늘도 저녁 식탁 자리에 동욱은 없다. “엄마, 아빠는?”“상갓집 가셨다.”“그럼 오늘 저녁 우리 둘만 먹어? 그럼 우리도 맛있는 거 시켜먹음 안돼?” ‘띵동.’ 미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깥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있어봐라, 세탁소인 갑다.” 앞치마에 대강 손을 닦으며 숙희는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옆집이에요.” 뜻밖이었다. 남자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