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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다이어트 성공기 연재] (5)헬스장 다녀도 살이 안 빠진다고?

“저녁도 안 먹고 운동이 되겠나?”

“아, 뭐 먹고 가면 부대껴서 안돼. 나 가요!”

“저, 저 문디 자슥이 한밤중에 또 뭘 시켜 물라꼬……!”

저녁준비를 하던 숙희가 쫓아 나오는 것도 아랑곳없이 동욱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렇듯이 오늘도 저녁 식탁 자리에 동욱은 없다.

“엄마, 아빠는?”

“상갓집 가셨다.”

“그럼 오늘 저녁 우리 둘만 먹어? 그럼 우리도 맛있는 거 시켜먹음 안돼?”

‘띵동.’

미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깥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있어봐라, 세탁소인 갑다.”

앞치마에 대강 손을 닦으며 숙희는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옆집이에요.”

뜻밖이었다. 남자 목소리였다. 옆집이 이사를 간다고 집을 내놓았는데 어느새 새로운 이웃이 온 모양이었다. 문 밖에는 서있는 사람은 밤색 곱슬머리를 한 젊은 청년이었다..

“하이고~ 이사 들어오신 분인 갑네.”

“네. 오늘 들어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릴게요. 이건 떡 좀 했는데, 어떻게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어째 이런 걸 다……. 남정네 맴 씀씀이가 와 이리 좋노?”

“에이, 어머니~.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희 어머니가 꼭 뵙고 인사 드리라고 하시더라고요. 며칠 공사하느라 시끄러웠을 텐데, 한번도 뭐라 안 하시고 다 이해해주셨다고. 너무 감사하시데요.”

“아따, 마! 이웃끼리 일일이 그런 거 따져 싸면 쓰나? 그래, 아직 학생이고?”

“와하하! 네, 대학원생이에요.”

행주로 식탁을 훔치던 미진은 밖에서 나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호탕한 웃음소리. 언제 봤다고 어머니래? 미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현관 쪽을 훔쳐봤다. 딱 어머니들이 좋아할 법한 키 크고 성실하게 생긴 청년. 숙희는 한참을 더 새 이웃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마침내 인사를 현관문을 닫고 들어오는 숙희에게 미진이 물었다.

“엄마, 뭐야? 뭐 줬어?”

"인절미다, 따끈할 때 무라."

"근데 뭐 하는 사람이래? 물어봤어?”

이미 입술에 콩가루를 가득 묻힌 채 한 조각을 입 속에 털어 넣은 미진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어데, 대학원생이라 카든데. 어쩜 그리 살갑고 말도 잘 하노. 느 오래비도 저래 잘 웃고 살살살살 하면 을매나 좋노?”

“무슨 대학원? 전공이 뭐래?”

“뭐였더라? 영양? 영양 뭐시라 카든데.”

“아~ 식품영양? 헐, 남자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미진은 전공부터 물어보게 된다. 남자가 식품영양학과라니, 드문 일이다.

“맞네, 맞네. 그긴 갑다. 얘, 얼굴 좀 봤나? 오메, 잘 생겼구로!”

“그냥 뭐 눈코입 제대로 달렸더만……. 혼자 산대?”

“뭐 유학인지 뭐시긴지 준비한다 안 카나. 혼자 쪼매 살다 나가 뿌리고 부모님이 들어온다 카드라.”

“유학? 와~ 좋겠다, 외국~!”

“미진이, 니도 저런 사내 좀 낚아 온나. 길거리 가봐라! 어데 오징어같이 생긴 애들도 애인 팔뚝에 매달려 가더라!”

“내가 낚싯대도 아니고, 사람을 어떻게 낚아…….”

미진은 자신을 노려보는 숙희에게 킁, 콧김을 내뿜어주고는 다시 인절미를 하나 더 집었다.

“엄마는, 안 먹어?”

평소 같으면 앉은 자리에서 둘이 싹 다 먹어 치웠을 인절미. 웬일인지 숙희는 손도 안 대고 있었다.

“너나 많이 무라.”

고소한 콩가루 냄새에 한입 맛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숙희는 참기로 했다. 안 먹는 게 살길이었다. 안 먹고, 사우나를 꼭 열흘만 다니면 귀신같이 살이 쭉쭉 빠질 것 같았다. 하루라도 좋으니 30년 전 그 몸매, 아니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다. 갸우뚱거리는 미진을 뒤로하고 숙희는 꿀떡꿀떡 냉수 한잔을 마시며 배를 채웠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

거리는 이미 어스름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바야흐로 야행성인 동욱의 활동시간이다. 오후 5~6시쯤 부엌에서 숙희의 ‘똑똑똑’ 도마소리 나기 시작할 때쯤 동욱은 침대에서 나온다. 일을 하든 그저 웹서핑을 하든 모두가 잠든 밤에 하는 것이 제 맛이다. 엄마인 숙희의 잔소리를 피해 시켜먹는 야식도 참 별미다.

헬스장에 도착한 동욱은 일단 런닝머신 위에 올라서서는 텔레비전의 전원을 올렸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는다. 살살 걸으면서 놓친 TV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욱님! 최동욱님!"

“아, 예, 예.”

누군가 불러 황급히 이어폰을 빼보니 헬스장에서 돌아다니며 그때그때 자세를 잡아주는 코칭스태프다.

“조금 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산소 좀 하셔야겠어요. 15분만 뛰시죠.”

“……”

뛰면 TV 보는데 집중 잘 안 되는데. 영 내키지 않았다. 동욱은 겨우 뛰는 시늉만 하다 트레이너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런닝머신의 속도를 줄였다.

“벌써 1시간이나 운동했잖아?”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낄낄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갔다. 이미 1시간이나 운동을 했으니, 오늘 운동량은 이걸로 충분할 것 같다. 제법 뒷목부근에는 땀도 났는지 축축하다. 동욱은 헬스장 한 켠에 있는 속칭 ‘덜덜이’ 에 몸을 맡겼다. 허리에 벨트를 감고 전원 버튼을 누르니 뱃살이 사정없이 떨린다. 두툼한 지방마저 사정없이 분해해 주는 것 같았다.

덜덜이에서 내려온 동욱은 문득 맞은편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배가 불뚝 솟은 것이 아버지, 영훈과 꼭 닮아있었다. 자신은 아버지와 달리 헬스장도 매일 다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등록한지 벌써 두 달째지만 딱히 효과를 보고 있는 건지 영 의심스럽다. 에이, 꾸준히 하면 빠지겠지! 영훈은 애써 거울을 외면하고는 헬스장을 나섰다.

‘삐리릭.’

동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파에 앉은 미진이 커다란 감자칩 대용량 봉지를 안고 연신 바쁘게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입 속에서는 와작, 와자작 요란한 소리가 난다.

“오빠, 이제 와?”

“넌 과자 좀 그만 부숴라. 저녁 먹고 또 부수냐?”

인사를 던지자마자 돌아오는 동욱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미진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오빠야말로 진짜 맨날 헬스장 다니면서 몸무게는 어떻게 그대로냐? 그것도 재주다.”

“야! 근육이야, 근육.”

미진과 투닥거리는 중에도 진동하는 짭짤한 감자칩 냄새가 동욱의 침샘을 자극했다. 트레이너의 말도 있고 오늘 야식을 건너뛰어 볼까 하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저녁도 거른 터라 더욱 식욕이 돋았다. 뭔가 매콤달콤한 것이 당긴다.

오늘은 찜닭이나 먹을까? 컴퓨터를 켜면서 동욱은 오늘 먹을 야식 생각에 속으로 웃었다.

◀전형주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다이어트 컨설팅

1) 덜덜이 사용

헬스장에서 다들 ‘덜덜이’ 사용을 즐겨 하실 텐데요. 몸을 진동시켜 안마를 받는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체중 감량, 지방 감소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장시간 사용할 경우 전신가려움증과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니 과도한 사용은 금물!

2) 야식+밤샘 = 비만

매일같이 헬스장에 다니는데 딱히 신체의 변화가 없어 고민이신 분들 계시죠? 결국 다이어트란 소비열량이 섭취량보다 많아야 가능한데 그러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분 중 상당수가 늦게 주무시고 야식을 즐기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밤에 음식물의 섭취는 비만을 유발하게 됩니다.

한편 잠을 자지 못하면 뇌의 만복 중추가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식욕억제 호르문인 렙틴의 분비량이 적어지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의 분비량은 증가한다고 해요. 또 지방 분해에 관여하고 근육량 생성을 높여주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량이 적어 자연히 살이 찌게 된답니다. 야식과 밤샘은 살찌는 지름길, 주의하셔야겠지요?



글 구성 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