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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오일머니’ 못 넘은 엑스포 유치…‘외교 네트워크 강화’ 소기 성과

2030 엑스포, 사우디 리야드 개최 확정…부산, 큰 표차 패배
뒤늦은 유치 참전 아쉬움…외교 실익 확보·韓 브랜드 구축은 성과로

 

[FETV=김창수 기자] 우리나라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리며 탈락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음에도 정부와 재계의 노력으로 선전하며 격차를 줄였지만 ‘오일 머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만 18개월 동안 유치 활동으로 외교 실익을 확보하고 글로벌 국가 브랜드를 구축한 것은 소기의 성과로 남았다.

 

29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부산은 이날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 173차 총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고 기권표는 없었다.

 

사우디는 투표 참여국 중 2/3(110표) 이상 득표국이 나오면 결선 투표 없이 결과가 확정되는 룰에 따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당초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2/3 이상 득표를 저지한 후 결선 투표에서 역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예상보다 큰 표 차로 패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직후 가진 회견에서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원과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BIE 회원국 182개국을 다니며 갖게 된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애초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부와 민간이 합세해 전방위적인 회원국 설득에 나서며 전세를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왔다. 그러나 사우디처럼 종교나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확보 가능했던 표가 적었고, 사우디가 ‘오일머니’ 공세로 회원국들을 포섭한 것이 패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재계에서는 지난 18개월 동안의 유치 활동을 통해 외교 실익을 확보하고 글로벌 국가 브랜드 구축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삼성·SK·현대차그룹·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안 주요 기업 총수 및 관계자들은 지난해 6월 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대회 유치를 위해 175개국을 돌며 3000여명의 정상 및 고위 임원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넓히고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논의하는 기회가 됐다.

 

또 국내 기업 총수들은 올해 초부터 UAE, 미국, 베트남, 폴란드, 사우디·카타르, 영국 등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그간 진출하지 못했던 시장에 새로 입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과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해 왔지만 양국간 경제협력은 더 돈독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 국부펀드와 킹압둘라 경제 단지에 자동차 조립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4억 달러(약 5180억 원) 규모가 합작 투자되는 이 공장은 한국 기업의 중동 내 첫 전기차 생산기지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24억 달러(3조 1000억 원) 규모 가스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DL이앤씨는 사우디 담수청과 담수화 플랜트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전력·포스코·롯데케미칼은 사우디 아람코와 저탄소 청정암모니아 국내 도입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엑스포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 신시장 개척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 많은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