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장 한국적인 제품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조운호 /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기사입력 : 2017.07.14 14:44
(사진) 조운호 대표이사
(사진) 조운호 대표이사

음료업계에 20여 년을 몸담아 온 식품인으로서 새삼 세계 음료의 역사를 살펴 본다. 필자의 경우 ‘음료 시장의 역사는 용기의 역사’ 라고 주장 한다.

용기(container)란 음료 등을 담을 수 있는 '캔'이나 '페트병' 같은 도구를 말한다. 가정에서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 마시는 마실거리 문화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 하였다. 다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음료 제품은 용기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 했다는 것이다.

용기의 탄생이 가져 온 문명의 이기는 보존성과 편리성 그리고 경제성을 들 수 있다. 우선 개봉만 하지 않으면 1년 이상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은 가공식품의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두 번째는 언제 어디든지 운반할 수 있는 이동의 편리성, 세 번째는 경제성을 말할 수 있다. 마시고 싶을 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는 경제적이라고 말 할수 있다.

현대 과학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음료 용기의 탄생은 200여년 전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용기의 탄생과 함께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진 이후 어떤 제품들이 그 용기에 담겨 소비자들에게 보급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던 것을 용기에 담아 널리 먹게 하였으니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던 소재를 담았을 것이다. 유럽인들이 즐겨 마시던 커피나 오렌지 쥬스 등이 있으며 레몬소다 같은 탄산수였다.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아 탄산으로 정수해서 즐겨 마셨던 것이 음료로 발전하였다. 음료의 속성상 갈증해소 기능만이 아니라 ‘with food’ 로서 후식의 기능도 함께 있어 커피나 홍차 등을 널리 담아 마셨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후 음료산업이 미국으로 건너가 '콜라' 라는 세기의 제품도 음료 용기에 담기게 되었다. 단일 품목으로 년간 40조원 정도 판매 된다고 하니 가히 최고의 히트상품임은 틀림이 없다.

필자는 한국에서 음료산업을 시작할 1995년 당시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신사업 준비차 한국의 음료시장을 조사 하는 중에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음료시장이 만들어 진 이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이 외국에 로얄티를 주고 수입한 제품들이라는 점이었다.

한국 전쟁 이후 비료공장 하나 없던 나라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기술을 들여 오고 많은 제품을 수입에 의존 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50여 년이 흐른 상황에서도 여전히 오렌지나 커피, 콜라 같은 외국 소재 제품은 물론 브랜드나 디자인, 광고 까지도 무분별하게 유입되어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른 네 살에 음료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 식품인에게 소명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진정한 '음료의 세계화' 라는 것은 우리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에 앞서 외국음료가 판치는 한국 음료시장에 우리 음료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지와 목표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의지는 좋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 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관건이었다.

필자가 주장 했던 ‘용기론(容器論)’에서 답을 찾았다.
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이 땅에서 처음 탄생 했다면 그 속에 무엇을 담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200여 년 전에 오렌지나 커피와 콜라를 먼저 담을 수는 없는 일 이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집에서 즐겨 만들어 마시던 차나 마실거리를 담자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대 명제를 음료에서 실현하자는 것이다.

모든 글로벌 제품들이 처음에는 로컬 제품으로 시작해서 점차 세계로 전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과일주스의 경우, 서양의 개량종 과일은 육질이 좋고 수분 함량이 많아 주스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반면 동양의 과일은 작고 여물지만 약성이 좋아 차로 우려내면 건강한 좋은 음료를 만들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만 재배 되는 소재나 범위를 넓혀 동북아시아에서만 재배되는 작물들이 주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적 소재의 음료들이 하나씩 시장에 선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언제 부터인가 식당에서 제공 되던 후식인 사이다, 콜라가 매실차나 오미자차, 식혜 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위 한국 후식문화를 되찾아 가고 있다. 마실거리 문화도 우리의 중요한 생활문화임을 생각해 보면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음료시장 역사 230년에 비해 한국의 음료시장은 불과 70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소재로 개발 된 음료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식품인으로서 자부심과 소명감을 가지고 세계적인 음료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 라는 각오로 세계인을 이롭게 하는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카콜라와 같은 세계적인 음료가 한국에서도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필자도 최소한 인구 수가 더 많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료 하나 정도는 나올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자 한다. 이 시대를 살아 가는 대한민국 식품인의 필수 과제이자 즐거운 책임이라고 믿는다.



글쓴이 조운호 /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 전 웅진식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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