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연구진이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과 치료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 임정훈 생명과학부 교수의 주도하에 진행됐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이 이번 연구를 지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4월 6일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 학술지 'Molecular Cell'지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돌연변이 유전자는 루게릭병, 척수소뇌실조증, 파킨슨 병의 중용한 유전적 원인으로 제시됐다.
루게릭병은 근 위축성 측색경화증으로도 불린다. 운동신경 세포가 퇴화하며 근육 쇠약, 호흡장애 등을 일으킨다. 환자의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없다. 척수소뇌실조증도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소뇌가 위축되고 퇴화해 운동 및 언어능력을 상실한다.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 신경세포가 퇴화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분비가 감소한다. 근육 경직, 떨림, 느린 움직임 등 점진적인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퇴행성 뇌 질환이 유전적 원인을 가진 것은 밝혀졌으나 노화에 따른 신경세포의 소실과 재생불가 상태의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을 조절하는 분자생물학적 작용 원리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퇴행성 뇌 질환의 핵심 원인 유전자인 Ataxin-2 복합체와 관련된 유전자 기능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경 펩타이드의 일주기성 분비와 수면주기를 지속시키는 시계태엽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루게릭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본적 분자생물학 모델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루게릭병을 일으키는 위험인자와 작용 원리를 밝혀낼 수 있다. 밝혀낸 원리를 활용해 뇌질환 예측과 진단, 치료에 중요한 기반 지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