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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보험, 그 잔상과 실상

[도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배우는 보험의 모든 것' 영화, 보험을 찍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의 예상 수명을 정확히 맞춘다면? 달리 말해서, 그 사람이 언제 죽을 것인지를 두고 사람들이 돈내기를 했다면? 오늘날의 경우라면 상상하기 힘든 서양의 근대 역사에서 유명 인사의 수명 예측을 ‘돈벌이’ 의 아이템으로 만들어 등장한 톤틴(tontine)의 사례를 통해서 독자는 보험의 세계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김재현 상명대 교수는 보험의 원리가 예나 지금이나 그 외형만 살짝 바꾼 채 오늘날까지 무법과 탈법의 경계 지대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사진) 상명대 김재현 교수의 '영화, 보험을 찍다'

특히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미드’ 의 대표작인 [CSI 마이애미]와 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아이돌 걸그룹 등을 예로 들면서 보험의 원리를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이로써 독자들은 보험의 출발이 ‘도박’ 과 멀지 않은 곳에서 출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험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저자가 안내하는 영화를 실마리로 삼아 다양한 보험의 세계를 확인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살' 과 '생명보험' 은 각종 미디어의 사건사고 코너에서 어렵지 발견할 수 있는 보험의 어두운 그늘을 대변하는 단어들이다.

저자는 실제의 경우보다 더욱 극적인 영화를 통해서 독자들을 보험 세계로 안내한다. 가족을 위해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자동차사고를 내고 자살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은 퓰리처상과 토니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세일즈맨의 죽음],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초등학교 ·1학년 자식에게 사망보험금 10억 원을 남기기 위해서 죽을 짓만 골라한다는 [이대로 죽을 순 없다]에는 생명보험의 세계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 (자고나면 항상 같은 날짜를 살게 되는 보험 중계인의 일상을 그린, 미국영화협회(AFI) 선정 판타지 분야 10대 영화에 포함된 [사랑의 블랙홀])에서부터,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돈내기를 하는 심각한 반전영화에 가까운 작품([디어헌터])까지, 저자가 두루두루 섭렵한 영화를 따라가면서 보험의 세계로 한 발짝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SF([그래비티], [쥬라기공원]), 코미디([사랑의 블랙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하면 된다], [신을 고소한 사나이]), 스릴러([올드보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이중보상]), 서스펜스([CSI],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메멘토]), 휴머니즘([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포함해서, 나아가 [디어 헌터]의 러시안룰렛 장면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이 책에서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30여 편이 넘는다.

재미뿐 아니라, 책 곳곳에 실린 [보험계약의 이해관계자], [재보험이란 무엇인가], [보험모집이란 무엇인가], [경추염좌의 유래], [젊은이를 위한 보험전문인 설명] 등의 박스 기사는 독자들에게 전문적인 보험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 도움을 제공한다.

그 가능성만 따지면 자동차를 모는 모든 운전사에게 해당하는 접촉 사고에 으레 딸려오는 ‘경추염좌’ 관련 내용은 특히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보험업계의 특징을 한 가족의 ‘고스톱’ 치는 장면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이 책이 지향하는 학습성 제고와 가독성 제고의 목표를 대변한다. 영민한 독자라면 놓치지 않을 부분이다.



김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