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맛집] “크~ 허~ 션하다!” ‘원조신촌설렁탕’

- 고명석 / 미학자, 경희대 객원교수, '예술과 테크놀로지' 저자

기사입력 : 2017.07.15 17:01
“크~ 허~ 션하다!” 애들은 모른다. 뜨거운 도가니탕 국물을 한 숟갈 흡입하면서 왜 그렇게 시원하다고 신음소리를 내는지! 나도 어렸을 때는 그것이 그토록 궁금했었다. 세상의 쓴맛과 단맛, 그리고 뜨거운 맛과 차가운 맛을 다 맛본 연후에야 비로소 뜨거운 국물이 혀에 닿을 때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애들아~ 좀만 기다리거라! 세월이 두 미감을 상봉하게 할지니!

오늘 소낙비와 함께 벗이 자원방래하니, 내 어찌 벗과 함께 혀의 미감을 탐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 것이냐! 하여 공덕동성당 앞에 있는 ‘원조신촌설렁탕집’을 찾는다. 원조(元朝)다! 그러나 누가 알 게 뭐람! 내 혀의 미감이 원조라고 하면 원조일 터!

원조신촌설렁탕 입구 / 사진제공 = 고명석
원조신촌설렁탕 입구 / 사진제공 = 고명석

허름한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 옆 아래에 착한 가격표가 붙어 있다. 설렁탕, 도가니탕, 내장곰탕, 우족탕, 수육 등등. 오늘은 오랜만에 도가니탕을 주문한다. 빨갛게 잘 익은 배추김치와 무김치, 그리고 양념장, 간장, 송송 썬 파가 먼저 나오고 이윽고 마음 푸짐한 이 식당 류칠선(柳七仙) 사장님이 직접 도가니탕을 내어온다. 허허~ 이름도 멋쪄부러~ 류칠선이라! 버드나무 아래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신선이 쉐프로구나!

도가니탕을 음미하는 순서다. 우선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떠서 혀 위에 부어버린다. 데어버려라는 심정으로~ “앗 뜨거워!”라고 비명도 지르기도 전에 뜨거운 통각은 찰나의 순간에 시원한 통각으로 지양(止揚)한다. “크~ 허~ 션하다!” 뜨겁고 시원한 미감의 통일이다. 무식한 자들은 이것을 가리켜 미감의 변증법적 통일이라고 떠들며 혹세무민한다. 그런 자들에게는 니뽕라면 한 봉지씩 안겨주면 된다. 무식한 넘들!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혀에 부어 세상이 간단치 않음을 실감한 연후에 이제는 천천히 송송 파를 두세 숟갈 부어 동식물의 통합을 추구한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소금이나 양념장을 얹어서 휘리릭 휘리릭 저어주면 일단 나의 쉐프로서의 실력도 인정받는다. 뭐 누가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자기 인정하는 거니까, 그냥 점수 후하게 주어라!

원조신촌설텅탕 대표메뉴 '도가니탕' / 사진제공 = 고명석
원조신촌설텅탕 대표메뉴 '도가니탕' / 사진제공 = 고명석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제 본게임이 남아 있으니, 도가니를 음미하는 순서! 푹 삶아진 도가니를 젓가락으로 건져 약간 시금털털한 간장종지에 듬뿍 담가서 우적우적 씹어 맛을 음미한다. “아~ 세상살이가 이렇게 연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백성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감탄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 순간이야말로 나도 만백성을 사랑하는 패왕이다! 그 다음 도가니탕 음미 순서는 각자 취향대로 상상력의 날개를 펴도록! 더 좋은 짓은 직접 찾아가서 음미해 보도록 하라! 어디로?

공덕역과 애오개역 중간쯤에 서부지검(원)이 있다. 추노꾼들이 득실대는 곳이다. 몇 년 전 배우 박시후가 좀 거시기한 일로 잠시 출입했던 곳이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내 친구가 박시후의 변호인을 했기 때문에 좀 안다. (따라서 비슷한 거시기한 사건으로 고생하는 남녀 배우들은 연락하도록 하라.) 여기 후문 쪽에서 100m 쯤 오른쪽에 ‘원조신촌설렁탕’이라는 간판을 한 허름한 집이 보인다.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을 어여삐 녀겨 니르고져 주인장이 한글로 썼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쉽게 찾을 수 있다.

- 사장님~ 이렇게 국물을 션하게 할려면 밤새 고왔겠네요?
“뭐 그렇기도 하고 뭐 안 그렇기도 하고 뭐 경우에 따라 그렇지요~”

구렁이 담 넘어가는 선문답이 오간다. 아마도 이 집 미감의 비밀은 주인장 내외 사진의 배경에 뚫린 문풍지 구멍 속에 다 들어 있을 듯싶다! 내가 화제를 바꾼다. 건너집기 신공을 펼쳐야겠다!

신촌원조설렁탕 류칠선 사장님 부부 / 사진제공 = 고명석
신촌원조설렁탕 류칠선 사장님 부부 / 사진제공 = 고명석

- 아니 뭐 사장님은 그렇게 많이 번 돈은 다 어떻게 했어요? 빌딩은 어디에 사두셨나요?
“아니 뭐 돈은 뭐~ 그냥 먹고 살지요~ 돈이 뭔 의미가 있어요? 이건희 회장은 돈 많이 벌어서 어디에 썼답디까?”

하긴 그렇다. 돈이 많다고 인생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중요하고 위대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부디 돈 많이 벌기를 바란다. 내가 그렇게 축복하노라!) 그리고 여기 설렁탕집에 와서 인생의 참 미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연락하도록 하라. 스맛폰 번호는 010-8001-9555다.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설렁탕집에서 나오면 맞은편에 조그마한 공덕동성당이 있다.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다. 안에 들어가면 마당 옆에 신도들이 자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부터 각종 한식 차들이 준비되어 있다. 한 잔 값은 1천원씩이다. 왜 이리 가격이 착하냐고? 평소에 죄지은 자들은 못 들어가는 곳이니까 그렇다. 스스로 생각해보라! 내가 죄지은 것이 많은가? 돈만 밝히고 돈 없는 친구들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팔뚝 굵다고 일진 짓은 안 했는지? 공부 좀 한다면서 학우들에게 답안지도 안 보여줬는지? 권력 좀 있다고 순실이 같은 짓은 안 했는지? 죄지은 자들은 이곳에 올 수 없다. 평소에 착하게 살지어다! (내 이야기하고 차 한잔을 청하면 죄 좀 지었어도 출입을 허할 것이니 후식으로 여기서 입가심해보아도 좋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무슨 말이냐고? 국어사전 찾아보라!)

* 원조신촌설렁탕
1) 메뉴 : 설렁탕 8,000원, 도가니탕 14,000원, 내장곰탕 10,000원
2) 위치 : 서울시 마포구 공덕2동 119-45호. 전화 02-712-3300.

원조신촌설렁탕 맞은편에 위치한 공덕동성당 / 사진제공 = 고명석
원조신촌설렁탕 맞은편에 위치한 공덕동성당 / 사진제공 = 고명석


고명석 / 미학자, <예술과 테크놀로지>,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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