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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CSV

-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공헌과 경제적 가치로 고도화되어야

[푸드경제TV 최낙삼 전문기자] 지난 7월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사상 최악의 비 피해로 충북과 인천지역의 재난 복구문제로 무거운 회의가 진행되던 중 간식시간에 과일 화채가 올라왔다. 평소 같으면 커피가 제공되어야 하지만 이날은 김정숙 여사의 제안으로 증평과 음성지역에서 구입한 낙과와 침수 과일로 만든 화채가 제공되었다.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나누고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구입했다“ 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설명이 더해지자 회의는 피해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극복의 희망과 구체적인 방향을 생각하는 분위기로 전이되었다. 일주일 전인 7월 21일 직접 수해지역을 찾아 피해지역의 복구 작업을 도왔던 김정숙 여사는 복구와 대책 마련에 대한 방안뿐만 아니라 당장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낙과 화채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낙과를 청와대에서 구매함으로써 피해 지역 농민들은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고 이는 낙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 소비의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사진) 비 피해를 입은 충북 증평과 음성지역의 낙과로 만든 화채를 드시는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 청와대 익숙하지 않은 대통령과 영부인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아이디어 최고다”, “내조의 여왕이다” 라는 칭찬과 함께 “보여주기식”이라 의견도 있지만 공통된 것은 설사 보여주기식이라도 “좋다” 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와 대통령의 ‘공감’ 능력에 높은 호감도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기업이 하고 싶은 방법으로,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왔다. 사회적 책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마케팅과 기업의 홍보차원에서 일을 처리해 왔었기 때문에 필요시 기업이 ‘사회에 책임을 지고 있는 중’ 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중요했지 그 책임으로 인해 경제적 가치나 수익이 발생하는 것에는 미쳐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다. 책임은 늘 비용의 지출을 수반했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은 가능하면 적은 비용을 들여서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듯한 보여주기식 연출과 기사가 필요했었다.

2011년 마이클포터 교수가 언급한 CSV(Creating Shared Value)는 이러한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공헌과 함께 경제적 가치의 창출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인 기업에게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옳다고 인정하는 일을 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최고의 항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회사는 겨울철이면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광장에 둘러 앉아 기자들을 모아 놓고 직원들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 김장을 해서 독거노인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일은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나 반찬을 만드는 회사가 더 빨리 더 맛있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므로 그들에게 넘겨주라는 것이다. 항공회사의 경우 항공회사가 가장 잘하는 서비스와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옳다고 인정하는 일을 평소에 가장 잘 함으로써 그 일 자체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개인도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핵심역량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숙 여사의 낙과 화채는 개인이 할 수 있는 CSV의 멋진 사례를 보여준다. 김정숙 여사는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회의 중에 간식을 제공해야 하는 마땅한 일을 영부인 이전에 기혼주부로서 가장 잘하는 역량을 활용하여 화채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실행함에 있어서 ‘낙과도 버려져서는 안된다’ 는 사회적으로 이미 공감하는 옳은 일을 함으로써 농민에게는 판매수익을, 남편인 대통령에게는 지지율과 호감이라는 효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28일에는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대화가 있었고 SK 최태원 회장은 ‘전주빵카페’ 를 언급하며 사회적 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에 대하여 10년 가까이 500억 이상씩을 투자하며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일자리 만드는데 노력해 왔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좌에서 두번째) / 사진 = 청와대
(사진)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좌에서 두번째) / 사진 = 청와대
이러한 최 회장의 논지는 과거 그가 주장해 왔던 사회적 기업 10만개 양성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좋은 발상이고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10만개를 숫자적으로 양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중 천개 아니 백개만이라도 사회적 기업이 기업으로써 자생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들도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그들이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도 판매가 되어야 하는데 사회적 기업들의 대부분은 당장 자신들이 생산한 물건을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수량도 많지 않아 유통회사의 지원과 도움이 없이는 10만개가 만들어져도 그때뿐 지속가능하기는 매우 어렵다. 계획도 좋지만 당장 오픈마켓인 11번가 메인 베너에 사회적 기업을 위한 상품 판매 이벤트와 쿠폰이 제공되어 소비자들이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통회사가 펼칠 수 있는 사회적 공헌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이루는 방법이 아닐까?



최낙삼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