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수가 인구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파키슨병 환자, 보호자의 질병 부담 완화와 기초 연구 확대를 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31일, 더 플라자 서울에서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주관으로,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 운동질환 학회 춘계학술대회 특별 세미나'의 일환이다.

1817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파킨슨병은 올 해 200주년을 맞았다. 현재 치매·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에서 2016년 10년 사이 약 2.5배 증가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발병인구 또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초 학회는 전국 주요 대학병원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 857명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환자와 보호자들의 질병으로 인해 정서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67%의 보호자가 '간병에 대한 부담'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환자 중 62.9%는 자녀세대와 함께 병원을 방문 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호자 중 47%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방문이나 간병에 소요되는 시간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환자들이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난 후 병원을 찾는 데 평균 9.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자 26%(4명중 1명)는 증상 발생 후 1년이 지나서야 처음 병원을 찾았다고 답했다.

한양대병원 김희태 회장은 "파킨슨병이 발견 된지 2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투병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해외와 비교해 아직까지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산정특례제도와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은 물론 간병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 미흡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조진환 교수는 "파킨슨병은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4~50대 발병률이 치매 대비 약 9배 정도 높을 뿐 아니라, 중증의 경우 복합적인 장애가 발생해 환자는 물론 가계의 부담이 극심해진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센터 운영 및 가족휴가지원 제도 등 치매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파킨슨병 관련 연구가 치료법 및 진단법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가 단위의 역학 연구와 환자 삶의 질 등 기초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성모병원 김중석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인 파킨슨병 질환 현황, 위험요인 및 발병 원인에 대한 기초연구와 맞춤형 첨단연구 간의 균형적 연구투자가 필요하다"며 "파킨슨병 기초 연구는 치료법 개발과 정책 수립의 기반이자,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마련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올해 파킨슨병 200주년과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오는 4월 8일 오후 1시부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1층 마리아홀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초청한다. 이 자리에서는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대국민 강연회 - 파킨슨병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개최된다.

김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