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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다이어트 성공기 연재] (9) 햄버거 먹기도 눈치 보여

학교 가는 길.

올해 풋풋한 스무 살, 대학 새내기, 최미진. 또래 여학생들은 부지런히 얼굴에 분을 바르고 짧은 치마를 입고 비틀거릴지언정 높은 구두를 신지만 그런 것들은 미진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거짓말하지 말라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첫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겪는 그 흔한 경험도 없다. 소위 외모를 꾸밀만한 이유랄 것이 지금 미진에게는 없다. 고3을 치러내기 전보다 바지 사이즈는 3치수가 더 늘었고 상체 사이즈 역시 2계단 올라갔지만, 그런 것으로는 저 빨간색 간판의 유혹을 이겨 내기에 턱없이 역부족이다.

‘딸랑.’

“어서 오세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오늘도 기어이 얼굴 도장을 찍는 학교 앞 패스트푸드점.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서 감자튀김이며 햄버거, 콜라 세트를 먹지 않으면 강의시간 내내 입이 심심하다.

“불고기버거 랑요, 감자튀김, 에, 그리고…….”

“네, 불고기버거 하나, 사이드는 감자튀김 하셨고요~, 음료는요?”

“다이어트 콜라요.”

“포장이세요?”

“먹고 갈 거예요.”

톡 쏘는 맛이야 좀 떨어지지만 콜라는 다이어트로 주문해야 오늘 아침에도 맛있는 만찬을 즐기는 것에 심적 부담이 없다.

한산한 아침의 패스트푸드점. 음식을 받아든 미진은 괜히 벽을 보고 혼자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가방을 풀고 앉아 한입 양껏 버거를 물었다. 두툼한 고기 패티와 치즈, 그리고 빵! 바로 기대했던 그 맛이다. 짭조름한 감자튀김도 없으면 섭섭하다.

‘딸랑.’

시끌시끌한 말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미진은 고개를 들어 주문 받는 곳을 바라보았다. 남학생 한 무리였다. 분위기를 보니 아침에 모여 축구라도 한판 한 모양이었다. 걸친 옷차림을 살펴보니 과 점퍼를 입은 과 동기. 그때 그 무리 중 하나가 미진과 눈을 마주쳤다.

“어?”

한 사람의 반응에 그 무리의 남학생 모두의 시선이 미진에게로 꽂혔다.

“…….”

여중, 여고를 졸업한 미진에게 지금 느끼는 감정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오빠인 동욱이 종종 내뱉는 ‘기분이 더럽다’ 는 표현이 이해가 될 듯도 싶다. 창피함? 당황스러움? 민망함? 분명한 것은 얼마 전 본 수능의 한 암기과목을 치며 느꼈던 기분, 분명히 달달 외웠던 건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바로 그때보다도 더 당황스러운 상황인건 확실했다.

“야, 쟤 동기 아니냐.”

누군가 처음 눈이 마주친 남학생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하자 다들 홀린 것처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어, 안녕~.”

“아, 아, 안녕…….”

미진은 반사적으로 들어올린 자신의 오른손에 감자튀김이 들린 것을 뒤늦게 알아 차리고는 얼른 쟁반에 떨궜다.

“아, 아침을, 아침을 아직 못 먹어서……. 아, 어제 저녁부터 좀 안 먹었거든. 그래서…….”

묻지도 않은 말이 술술 터진다.

“어, 그래. 맛있게 먹어~!”

“어, 어, 그래. 잘 가.”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간다. 남학생들은 포장으로 주문했는지 양손 가득 햄버거를 들고는 문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미진은 바로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딱히 거울 보기를 즐기지 않는 미진에게는 손거울이 없다.

“…….다행이다.”

그렇게 한껏 커다란 버거를 우적우적 먹었는데도 입가는 깨끗했다. 미진은 그걸로 일단 안도해 버렸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조금 가라앉자 아직 남은 버거 조각과 감자튀김이 눈에 들어왔다. 미진은 입을 크게 벌려 나머지 조각을 한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불고기버거. 이걸로 기분도 다시 좋아지는 것 같다.

◀전형주 식품영영학 박사의 다이어트 컨설팅

– 패스트푸드? 이젠 슬로우푸드를 빠르게 즐기세요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 12년을 근무했던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요. 근무기간 동안 30kg이나 체중이 불어나 비만 환자가 됐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법원은 결국 이 직원의 손을 들어주고 해당 기업에서는 2,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됐지요. 지금도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로 인해 비만이 됐다는 고소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높은 열량과 탄수화물, 높은 설탕 함유량의 대명사인 패스트푸드는 미국의 국가적 골칫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패스트푸드는 주문 즉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하는데요. 슬로우푸드란 이와 반대로 친환경적인 음식재료를 사용해 천천히 정성을 들여 전통방식으로 조리한 음식과 그 문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자레인지 등 조리시간을 단축해주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주방 가전제품들이 참 많습니다. 만일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를 이용했다면 이제는 건강과 비만 예방을 위해 ‘빠른' 슬로우푸드를 시작하시는게 어떨까요?

단순히 음식 그 자체를 넘어 깨끗한 농수산물을 제공하는 생산자들을 지키고 어린이를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영양과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녹색 문화, 건강문화까지 포함하는 슬로우푸드. 오늘부터 시작해 보세요.



글 구성 강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