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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다이어트 성공기 연재] (8) 출근길 다이어트 전략

전기 밥통에서 하얀 김이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미진이!”

텔레비전에서 오늘의 날씨를 말하는 캐스터의 목소리에 몇 번이고 미진의 이름을 부르는 숙희의 목소리가 섞였다. 아침이다.

“최미진이! 인나라! 대학생씩이나 되면 뭐하노?”

식탁 위에는 아침부터 빈틈없이 빼곡하게 반찬이며 국이 올랐다.

“미진아~ 일어나. 밥 먹자. 오늘은아침수업이라며?”

“…나갑니다, 나가요.”

잠이 덜 깬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오는 미진의 눈이 번쩍 떠진다.

“아빠,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영훈이 이미 말끔하게 출근 복장을 갖춰 입고서 식탁에 앉아 있던 것이다. 평소 자신과 같이 엄마, 숙희가 밥을 해놓고 닦달을 해도 몇 번을 해서야 겨우 일어나는 아버지인데, 이상한 일이다.

“일은 무슨.”

영훈은 콩조림을 한 젓가락 집으며 별 거 아니라는 듯, 입을 닫았다. 미진은 대답 없는 영훈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다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식탁 위를 쭉 눈으로 훑는다. 조기구이, 계란 프라이, 시금치 무침, 콩나물무침, 시금치 된장국, 배추김치, 콩조림.

“…….”

미진의 젓가락이 갈 곳을 잃고 허공에 멈췄다. 고기 반찬이 없는 것이다. 어김없이 숙희의 잔소리가 몰아쳤다.

“삼시 세끼 내내 소, 돼지만 잡을 끼고? 푹푹 안 떠 묵나!”

“아침이라 입맛이 안 돌아서 그런 거다 뭐……”

“하이고~. 그런 가스나가 눈 뜨자마자 삼겹살을 쳐 구워쌌노!”

“아잇, 엄마는 딱 한번 그런 거 가지고!”

미진이 빽 소리를 질렀다.

“챙피한 줄은 아나?”

숙희는 지난 주말, 식구들 모두 늦잠을 자는 게으른 일요일 아침을 틈타 미진이 혼자 삼겹살을 구워먹다 들킨 것을 말하는 것이다. 미진에게도 썩 자랑스러운 일은 아닌 모양인지, 숙희가 그 일을 입에 올릴 때마다 화를 냈다.

“엄마. 엄마가 뭘 몰라서 그래. 이런 효녀가 어디 있다고? 내가 먹을 거 밖에 더 먹어? 엄마, 다른 여자애들은 지금 옷 산다, 머리 한다, 수십 만원은 우습게 날렸거든?”

“그래서 몸무게도 고3때 고대로 모시고 있나? 살이 아깝나?”

“몸무게 얘기는 왜 해! 이만 하면 건강하지…….”

둥글둥글, 어지간한 말에도 배시시 웃어주는 미진이지만 몸무게 이야기에는 유독 기가 죽는다. 고2때까지 만해도 요새 유행하는 마른 체형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수준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지하철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이 민망스러워 곁눈질도 안하고 빠르게 그저 지나치는 것이다.

누가 일단 대학만 합격하면 살은 절로 빠진다고 했는가? 스치듯 주워들은 그 말만 믿고 고3때 정점을 찍은 생애 최고의 몸무게는 영 내려올 기미가 없다. 다이어트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안 먹겠다 다짐한 것도 어쩌면 그렇게 한 끼 만에 무너지는지, 이제는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것조차 두렵다.

숙희가 툭하면 걸고 넘어지는 몰래 먹은 삼겹살 이야기도 저녁 안 먹기 습관을 들인답시고 전날 저녁을 굶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도저히 못 참고 먹다가 걸린 것이다. 미진 스스로 피하고 싶은 주제가 다이어트 이야기인데, 논지에서 벗어나 항상 그 약점만 공략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돌아보면 어릴 때부터 유독 식탐이 많았던 미진이다. 대학교에 입학한지 이제 한 달이 넘은 지금도 누군가가 취미를 물어오면 망설이지 않고 ‘맛집 탐험’ 이라고 말한다. 또래와 달리 미진은 예쁜 옷에도, 화장품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아련히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확고했던 미진의 취미는 단연 맛있는 것 먹기. 어릴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도 미진이 선정한 ‘맛있는 분식집’ 은 신뢰도 1위에 빛났다. 지금으로 따지면 맛집 '파워블로거' 인 셈이다.

“동욱 엄마, 나 출근할게.”

숙희와 미진이 투닥거리는 사이, 식사를 마친 영훈이 식탁에서 일어났다.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는 것이 평소와 같은 가죽구두가 아니라 걷기 편한 런닝화다.

“동욱 아부지, 야유회라도 가십니꺼? 구두 안 신고.”

“갔다 올게.”

“어이구마, 잘 댕겨 오이소!”

현관까지 따라 나온 숙희의 고개가 한번 갸우뚱했다. 영훈은 어제부터 영 묻는 말에도 대답을 안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숙희는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열린 현관문을 닫았다. 식탁 앞에서 아직도 깨작깨작하는 미진까지 학교로 보내고 나면, 미주엄마와 함께 다시 사우나에 갈 참이다.

현재 시각 오전 8시.

아파트 정문을 나서는 영훈의 얼굴이 자못 진지하다. 출퇴근을 한지 30년. 그 반평생을 만원버스에 몸을 실었던 영훈이다. 그런 그에게 ‘걸어서 출근’ 이란 결코 가벼운 결심이 아니었다.

‘다이어트? 우리 나이에는 애들이 하는 것처럼 독하게 식단조절 하면서 헬스장 가서 뛰고 땀내고 난리치고……. 못해, 힘들어. 지친다고. 나? 걸어. 매일. 출퇴근길 왕복 한 시간.’

박 주임의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길. 김 계장과는 밤길을 한참 같이 걸었다. 술도 깰 겸, 내친 김에 김 계장의 평소 건강관리 비법이라도 있으면 얻어 들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비법이라는 것이 싱거웠다.

‘걷는 게 좋아. 아침 바람 쐬면서 힘껏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살도 빠지지. 자네 체격에 당장 뛰는 건 관절에도 무리거든.’

야심 차게 첫발을 내디딘 것도 잠시. 평지를 걷을 땐 이만하면 할만하다고 생각했던 길이 다소 오르막이 되니 바로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다.

“헉, 헉. 이, 이 길이 이렇게경사가 심했나……?”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참을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10분 남짓한 오르막이다. 영훈은 비로소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너편에는 공사현장, 이쪽 아래에는 초등학교. 평소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매일같이 지난 길, 그러나 익숙하지는 않은 풍경. 영훈은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서늘한 아침바람이 목과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어느새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지났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도착이다. 예상 도착 시간이 8시 40분, 평소보다도 이르다. 여유로운 마음에 휘휘 몸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다보니 내리막 중간에서 갈라져 들어간 골목길앞에 서있는 익숙한 낯이 보였다. 김 계장이다.

“어이~, 최영훈이!”

김 계장이 영훈이 서있는 쪽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김성욱이!”

진부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난 김 계장이 새삼스럽게 무지 반갑다. 영훈은 내리막길을 겅중겅중 뛰어내려갔다. 마치 학창시절 등굣길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이거, 최 계장님 다시 봐야겠는데? 아예 실천도 안 할 줄 알았는데. 작심삼일은 기대해보겠어, 응?”

“정년까지 작심 삼 년은 더 할 거다, 이 사람아.”

영훈은 자신의 등을 툭 치는 김 계장의 옆구리는 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거 꽤 힘들데.”

터덜터덜 남은 내리막을 걸어 내려가며 영훈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렇지? 걷는다는 거. 수십 년을 운동이랑 담쌓은 사람들에게 쉬운 일 아니야. 그러니 더욱 효과적이지.”

“문제는 말이야. 아침 먹고 왔는데 벌써 좀 출출하네.”

“참아 봐. 점심 때 만나자구. 자네가 아~주맘에 안 들어 할 풀때기 파는 곳으로 데려가 줄 테니!”

영훈은 좀 출출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벼워 진 듯한 몸에 뿌듯했다. 평생 다이어트라고 하면 작심삼일 만에 끝나버리곤 했지만, 지금 영훈에게 ‘출근길 걷기’ 는 단순히 살을 뺀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되고 있었다.

“맘에 안 들긴. 좋은 거 있으면 같이 먹자구. 남은 인생 급하게 종칠 필요 없잖아?”

“작심삼일! 삼 일만 버텨보라고. 더 좋은 것들, 차근차근 전수해 줄 테니까.”

그렇다. 다이어트가 아니다. ‘남은 목숨 건강하게’ 프로젝트다. 영훈은 다시 기운차게 발을 내디뎠다.

(사진) 걷기 운동의 효과로는 1. 30분 걷기로 심장마비 37%를 줄인다고 한다. 2. 치매확률을 44% 감소시킨다. 3.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 4. 당뇨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 전형주 식품영양학 박사의 다이어트 컨설팅

운동은 걷기,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과 순간의 힘을 작용시키는 기계 운동 등의 무산소 운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이어트의 최대효과를 위해서는 지방분해를 돕는 유산소운동과 근육 형성에 필수적인 무산소 운동을 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단, 체지방의 분해를 빠른 시간에 유도해서 체형 관리의 동기부여 효과를 높이려면 우선 유산소운동이 필수적인데, 걷기나 속보가 일상에서 실행할 수 쉬운 길이다.

거북이보다는 토끼를 따라 속보 정도의 속도가 좋다. 빠른 걷기를 시작해서 10~15분이 지나면 심박수가 올라감으로써 체온이 올라가면 그 시점 에서의 10분정도동안 몸에 쌓인 지방은 연소, 스스로 타서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러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 정거장 정도를 걷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지않고 계단오르기, 틈새 속보 등 습관의 변화를 기르는 것이 몸 튼튼, 기력왕성, 날씬하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글 구성 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