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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감탄하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

한국인에게 커피는 이제 생활필수품

바쁜 일상을 사는 한국인에게 커피 한잔의 여유는 참 소중하다. 밥값만큼이나 비싼 커피지만 그 비용을 서슴없이 지불하는 이유도 그 여유를 갖고 싶어서 일 것이다. 공원에 앉아 직장 동료와 커피 한잔을 나누는 그 시간은 팽팽한 삶의 긴장을 잠시 풀어주고 밥 그 이상의 에너지를 주는 시간이 된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은 1인당 50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총량으로 환산하면 250억 잔 정도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정도면 커피의 본고장인 브라질이나 에스프레소로 유명한 이탈리아도 가뿐히 넘어설 것 같다. 국제커피기구(ICO :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60kg 자루로 191만 포대, 2015년에는 198만 포대의 커피를 소비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한 음식이 바로 커피였다. 매주 12.3회 섭취로 배추김치나 쌀밥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주일에 12.3회면 거의 하루에 두 잔은 커피를 마신 셈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인이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실 정도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커피 수입도 전 세계에서 7위이며, 국내 커피 시장규모도 2014년 기준으로 5조 4000억원대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생활의 일부를 넘어 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 왜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걸까

한국인보다 바쁜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야근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커피는 여유를 누리기보다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를 쫒는 역할도 있었다. 새벽 노동에 나서는 분들도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며 정신을 차리곤 한다..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에는 아메리카노 한잔의 카페인이 일에 집중하게 한다. 1년에 500잔 이상 마시는 것은 거의 습관에 가깝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한국인의 생계를 위한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 커피의 많은 효능들은 이미 밝혀졌지만 단점 중 하나는‘중독성’이다.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한국인들은 점차 입맛이 업그레이드 되어 독특한 맛과 향을 찾게 되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생겨나면서 좀 독특한 커피 전문점에서 조금 색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믹스커피와 아메리카노에서 벗어나 커피의 단맛, 신맛, 쓴맛 등 수천가지의 오묘한 커피 맛을 즐기기 시작했고 집에서 자신만의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드립커피문화도 생겨났다.

미국의 아메리카노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는 어느새 커피의 고향 유럽에서도 한국식 커피문화를 새로 정립해 가고 있을 정도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커피전문점들도 이제는 조금 더 특별하고 차별화된 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맛을 넘어 건강까지 생각한 브랜드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어떤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실까? 인스타그램 한글 키워드 분석을 통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언급한 커피를 조사해 보았는데 아메리카노가 652,626건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카페라떼와 카푸치노, 카랴멜 마끼아또와 같은 우유가 들어간 커피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을 만든 동서식품 '커피믹스'
(사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을 만든 동서식품 '커피믹스'

◆ 한국인 최초 커피 애호가는 고종

한국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19세기 후반, 특히 임오군란(1882년) 이후의 1890년 사이로 본다. 임오군란 당시 서양 외교관들이 들어오면서 조선왕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커피를 진상했고 특유의 향과 카페인으로 곧 왕실의 기호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커피에 대한 최초 기록은 유길준의 <서유견문> 에 나와 있으며 한국인 최초의 커피 애호가는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서 커피를 처음 맛본 고종황제이다. 고종황제에게 처음 커피 맛을 선보인 사람은 러시아 초대공사 웨베르의 처형인 독일여성 손탁(孫澤) 여사인데 한국 최초의 커피숍은 손탁여사가 지은 덕수궁 근처 손탁호텔 1층의 레스토랑 겸 커피숍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명동, 충무로, 종로 등지에 커피점들이 생겨났고 한국 최초 오페라 가수인 윤심덕은 종로 다방에서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지금의 믹스커피와 같은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대량으로 보급되었다.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던 커피는 1976년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 커피믹스를 개발하면서 대중화되었다. 1960, 70년대의 한국인들은 지금의 커피전문점이 아닌 다방에서 커피를 즐겼다. 1967년 보건사회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3,600여 다방이 성업 중이었으며, 이들 다방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가 커피였다고 한다.

원두커피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커피전문점은 1999년 7월 스타벅스가 서울 이대점을 시작하면서 생겨났고 이후 많은 외국계 테이크아웃 브랜드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이디야커피 등 국내 토종 브랜드와 경쟁을 시작했다.

(사진) 원두커피 1위 업체로 코스닥 상장기업 한국맥널티의 '아이브루'
(사진) 원두커피 1위 업체로 코스닥 상장기업 한국맥널티의 '아이브루'
◆ 국내 원두커피 사업에서 커피 강소기업도 등장

한국에서 테이크아웃 커피가 성공한 이유는 진하고 강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기본으로 하는 테이크아웃 커피의 다양한 맛에서 원인을 찾는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묽은 드립식 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가 더 맞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에스프레소만을 마시기보다는 에스프레소에 우유, 설탕, 향신료 등을 첨가한 카푸치노, 카페라테 등을 주로 마신다. 커피시장이 확대되고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에 커피전문점들의 매장수도 급속도로 증가하였고 원두커피의 매출도 성장하였다.

한국 커피 산업은 '커피왕국' 동서식품 등 국내 메이저 종합식품기업울 비롯하여 원두커피 1위 업체로 코스닥 상장 기업인 한국맥널티와 자뎅 등 많은 업체들이 꾸준히 성장해 오고 있다.

이제 세계인이 한국인이 만든 커피를 찾을 날이 멀지 않았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만큼 세계인이 한국커피를 사랑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