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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과 낙태 이후, 그 아픔을 존중할 때

[김명준의 마음의 등대] 글 김명준 / 본힐링연구소 소장

우리는 유산과 낙태를 자주 가볍게 여깁니다. 단순히 한때 지나간 과거로 취급하거나 "남들은 몇 번씩도 하는데 뭐" 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유산과 낙태는 단지 한 개인만의 일이 아닙니다. 두 남녀가 책임져야 할 공동의 일이고, 한 가계(家系)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생각을 훨씬 넘어갑니다.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유산과 낙태일지라도 그것은 한 아이뿐만 아니라 두 남녀가 죽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죽음과 함께 아이 속에 있는 부모 역시 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던 ​여자가 임신을 하면, 남자는 아버지가 되고, 여자는 어머니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젊은 시절 한때’라든가 ‘실수로’ 혹은 ‘재수 없어서’라고 얘기하면서 아이의 낙태와 더불어 자신의 마음과 영혼도 낙태시킵니다. 이제 두 남녀는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입니다. 비록 헤어졌을지라도, 자신이 부모가 되는 다음 단계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 아픔과 사건을 자신의 운명으로써 받아들이고, 그 앞에 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내면에서 그때 그 일을 계속해서 바라봅니다. 나는 여기에 있지만, 정작 나는 여기에 없는 상태가 됩니다. 알 수 없는 우울이나 분노, 불안, 일의 꼬임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됩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과잉행동장애나 자살 충동 등으로 재연될 수도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미스러운 일들로 재연될 수도 있습니다.

유산과 낙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그 아픔을 존중하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 해결의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매김 되어야 합니다. 유산이나 낙태아가 생긴 관계에서 헤어지더라도 두 남녀에게는 뗄 수 없는 인연이 생긴 것입니다. 그 관계가 존중되지 않으면 두 남녀는 이후 새로운 관계를 맺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고 새 출발을 하려면, 먼저 옛 인연이 좋게 풀려야 합니다. 이전의 상대가 존중되어야 하고, 이별의 아픔을 자신이 허용해야 합니다. 유산된 아이나 낙태아도 기억하여서 그 아이에 대한 슬픔과 아픔도 허용해야 합니다. 그 아이가 부모의 가슴에 자리를 잡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옛 인연과 그 아이와의 이별이 가능합니다. 그러고 나서 남자는 새로운 여자를,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옛 인연과 아이는 계속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가족에 속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존중입니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먼저 가슴에 의식을 둡니다. 숨이 고르게 되었으면 상대방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가슴에서 상대방의 눈을 보고 얘기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

나는 나의 운명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운명을 존중합니다.

당신처럼 좋은 여자를(좋은 남자를) 만나서 감사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이제 마음을 조용히 하고, (낙태)아이가 당신을 바라보도록 허용하세요.

잠시 후,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아이야, 넌 우리들의 아이란다.

나는 이제 너를 내 아이로 받아들인다.

너는 언제고 이 엄마(아빠)의 가슴속에 머물러도 된단다.

사랑한단다, 아이야.”

◊◊◊◊◊◊◊◊◊◊◊◊◊◊◊◊◊◊◊◊◊◊◊◊◊◊◊◊◊◊◊◊◊◊◊◊◊◊◊◊◊◊◊◊◊◊◊◊

이 글을 쓴 본힐링연구소 소장 김명준은 한양대학교 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투자신탁과 증권사에서 10년간 근무했다. 2004년'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의 저자 장휘용교수를 만나 정신세계에 입문하였고, 그와 더불어 여러 해 동안 다양한 체험을 나누며 뉴질랜드 등지에서 수행했다. 그 뒤 한국가족세우기의 박이호선생을 만나 가족 세우기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고, 최면치유센터에서 NLP, 최면 치유 기법 등을 배웠다. 대전열린상담센터와 한국가족치유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본힐링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일찍부터 생명과 씨앗, 우주의 근본적인 원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0년에 생사를 넘나드는 강렬한 트랜스 상태를 겪으면서 삶과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우주에는 본질적인 생명 질서가 있고, 그 질서를 존중하고 따를 때 삶과 생명, 사랑 등이 잘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치유와 변화는 인식 확장을 통해 우리의 온전성과 완전성이 회복될 때 가능함을 알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쉽고 효과적인 인식 확장 방법을 연구했고 그것을 언어침술에 담아냈다.

언어침술은 한의사가 경락이나 기혈이 막힌 부분을 찾아내 침으로써 그 회복을 돕듯, 우리의 왜곡된 인식 체계나 생명 질서를 찾아내 언어로써 그것을 교정하는 기법이다. 언어침술의 핵심은 인식 공명인데, 이는 본질적인 인식을 간단한 비유나 암시, 짧은 문장 등으로 만들어 우리의 무의식과 공명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런 인식의 확장과 놀라운 치유 효과를 경험한다. 자신으로서 있고, 자신으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알게 되며, 주변의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 풍성하고 고맙게 잘 살다 간다.



글 김명준 / 본힐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