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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벼랑 끝에서 '푸드트럭' 의 시동을 걸다

▶ 먹방이 생존 버라이어티로 진화하다

최근 먹방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브라운관에 맛있는 음식들을 가득 채워 시청자들의 침샘과 재미를 자극하는 걸 넘어 이젠 ‘생존’ 까지 챙기고 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은 방송 슬로건을 아예 ‘리얼 길바닥 생존 버라이어티’ 로 내걸었을 정도다.

요리연구가 및 방송인 백종원은 창업의 귀재, 장사의 신으로 불린다. 요식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그가 생존을 위해 길거리로 나온 아마추어 푸드트럭 CEO들의 성공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 방송에 나온 푸드트럭 사장님들은 마음은 절박하지만 요식업 장사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한 사람들이다.

(사진)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 사진출처 = SBS 방송 캡처이 방송에서는 어디가 부족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면서 하나씩 바로 잡아간다. 잘못된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눈길을 끌고 그것을 고쳐가는 곳도 시선을 잡는다. 시청자가 장사를 하려고 나섰어도 실수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그대로 방송되니 채널을 돌릴 수가 없고 ‘저 사람들이 어떻게 바뀔까’ 궁금하게 된다. 그것이 이 방송의 매력이다.

▶ 노점상에서 푸드트럭으로 합법화하다

푸드트럭은‘음식’이라는 뜻의 영어 'food' 와 트럭의 합성어로 식품을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된 차량을 말한다. 푸드트럭 창업은 기존 건물을 임대해 창업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저렴하고 판매 지역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으며 우리나라도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지난 2014년 9월, 푸드트럭을 합법화하였으며 청년창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창업 아이템이나 먹거리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여건이 개선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무 곳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곳에서만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하다. 푸드트럭은 기존 노점상에서 합법화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사진) 서울시는 푸드트럭 영업공간을 대폭 확대한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사진) 서울시는 푸드트럭 영업공간을 대폭 확대한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노점상은 생계형 노점상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구제가 필요하지만 불법 세금 탈루 등 여러 문제와 거리 미관을 해치는 문제 등이 논란이 되어서 전반적으로 푸드트럭으로 대체해 가고 있다. 서초구의 경우도 지역 내 43개 노점상을 푸드트럭으로 대체해 가고 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소개되었듯이 강남대로에 푸드트럭 존을 설치하여 전기시설과 지주간판, 화단, 벤치 등도 지원하고 24시간 순찰을 통해 불법노점행위도 단속하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강남대로 정비를 서리풀 푸드트럭 활성화 방안 등과 연계해 선진도시의 격조 높은 거리환경으로 조성해 불법노점상에게 점령당한 강남대로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 고 말한 바 있다.

▶ 약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백종원에 환호하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4회까지 방송이 나간 이후 극과 극의 반응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백종원이 실제 상인들의 재기를 돕는 훈훈한 과정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반인 도전자들 사이에서 연예인인 이훈이 푸드트럭 창업에 도전하는 걸 보고 시청률만 의식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반응은 뜨겁다. 아이디 ‘ohbe****’은 “진정 솜사탕아이스크림은 대박이다. 순대김말이도 맛있고 핫도그, 와플, 불고기햄버거도 맛있다. 백종원샘은 천재다. 정말 사진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 프로 정말 좋은 일 하는 거다.” 라고 칭찬을 했고, 아이디 ‘hny9****’는 “백종원씨 왕팬입니다. 푸드트럭을 보면서 이젠 존경심까지 들더라고요. 많은 시간과 돈으로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주는 백종원씨의 모습에 반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약자들에게 보탬이 될수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랑합니다~^^” 고 했다.

강남역 일대의 어떤 상인은 백종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백종원에게는 특히 고맙다" 며 "그 사람은 시간과 돈을 들여 실패하며 얻은 노하우나 정보들이 있는데 그걸 아낌없이 나눠줬다. 일반 사람들에게도 '영업 비밀' 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리 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백종원이라도 쉽지 않은 일" 이라고 칭찬했다.

(사진) 강남역의 푸드트럭에 모인 시민들
(사진) 강남역의 푸드트럭에 모인 시민들
▶ 프랜차이즈 업체 BBQ의 푸드트럭 진출에 비난이 쏟아지다

지난 9일 특허청에 따르면 BBQ를 운영 중인 제너시스BBQ가 '당신의 행복을 키우는 BBQ bbQ BBQ Food Truck' 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중 푸드트럭 상표권을 출원한 곳은 BBQ가 유일하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현행법상 푸드트럭 진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업 주체가 영세한 개인 사업자인 점을 고려해 진출을 자제해왔었다. 만약 BBQ가 푸드트럭 사업에 진출한다면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지도가 높고 자금력이 풍부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푸드트럭 시장에 진출한다면 개인들의 특색 있는 푸드트럭이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서울시도 BBQ의 푸드트럭 진출에 제동에 나선 상태다. BBQ도 이런 증폭되는 논란과 우려 탓에 사업 진출에 더욱 신중해진 분위기다. BBQ 관계자는 "푸드트럭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쳤지만 당장 푸드트럭 사업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 며 "사회 환원 차원에서 푸드트럭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뜨거운 푸드트럭 창업 열기, 다시 한계에 부딪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청년 창업 등의 일환으로 한껏 기대를 모은 푸드트럭이 방송의 인기와는 달리 창업열기가 주춤한 상태다. 서울시에 등록된 푸드트럭은 468대, 이 중 169대가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식품 안전과에 의하면 합법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는 장소는 시청, 구청이 지정한 공유지와 법령과 조례상으로 허용된 위치만 가능하다. 지난 5월 서울시는 푸드트럭 영업공간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노점상 포장마차 등 월세, 보증금, 세금을 내고 영업하는 사업자와의 마찰 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좋은 자리가 생겨도 공모를 통해 선정되다 보니 경쟁률이 높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장사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지정된 위치에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정부는 허가만 내줬지 불법영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백종원의 푸드트럭' 에 출연한 차오루 / 사진출처 = SBS 방송 캡처
(사진) '백종원의 푸드트럭' 에 출연한 차오루 / 사진출처 = SBS 방송 캡처
푸드트럭 합법화 3년. 청년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창업 지원, 여기에 자동차 개조를 통한 튜닝 시장 활성화에 지역 상권 개발까지 다양한 경기 부양 취지를 패키지로 묶어 출발했던 푸드트럭의 현주소는 다소 정체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방송을 통해 다시 푸드트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도 다양한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누가 푸드트럭을 다시 달리게 할 것인가

방송은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니다. 방송은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다시 한계에 부딪힌 푸드트럭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 젊은 창업자들이 다시 생존의 벼랑 끝에서 일어날 수 있을지 희망을 보여준다.

점점 불이 꺼져가던 푸드트럭에 백종원이라는 바람이 불었다. 겨우 살려낸 이 불씨를 상생의 묘를 살려서 지켜야 하지 않을까. 방송 전과 후의 푸드트럭 매출을 보면 관심을 통한 개선이 얼마나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지 잘 나타낸다.

책상머리에서 좋은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다. 만들어 놓고 방치하면 아니 만든 것만 못하다. 좋은 취지로 만든 푸드트럭이 쌩쌩 잘 달리게 하려면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바퀴가 어디에 걸려 달리지 못하는 지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 누구나 잘 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생존 문제는 버라이어티한 게 맞지만 쇼는 아니다. 예능이 자극을 주었다면 현실은 답을 찾아야 한다. 요즘 먹방을 보면 예능이 예능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까지 갖게 된다.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