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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


마늘의 매력 그리고 밥과 마늘의 미묘한 관계

[푸드경제TV 조양제 기자] 사스(SARS)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했을때, 한국에는 감염자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지역적인 덕을 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사스가 감염되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한 전문가는 사스의 원인이 바이러스인데, 한국인이 즐겨먹는 마늘의 항균 및 바이러스 저항력때문에 감염자 발생이 없었던 거 같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 당시 세계적으로 마늘, 김치 열풍이 불기도 했다.

(사진)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마늘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늘은 때가 되면 미리 사서 저장시켜둘 만큼 필수 식품이었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도 이미 마늘을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피라미드 벽에는 피라미드를 만든 노예들의 체력 유지를 위해 무, 파와 함께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고 또한 악명 높은 로마의 네로 황제를 독살시키기 위해 누군가 포도주에 비소와 마늘을 섞어 건넸는데, 마늘의 유황성분이 비소의 독을 중화시켜 네로 황제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마늘의 매운 유황화합물인 ‘알린(allin)’ 이라는 성분은 알리나아제(alliinase)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알리신(allicin)’ 이 되는데 이 알리신은 강력한 살균 및 항균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감기와 식중독, 피부병 등 각종 세균성 질병에 효과적이다. 또한 마늘은 항암작용, 혈관질환 예방, 자양증강 등 많은 기능들을 지닌 대표적 건강식품이다. 마늘은 이런 기능들 외에도 숨겨진 효과가 있는데, 우리가 매일 먹는 주식, 탄수화물의 대사에 꼭 필요한 비타민 B1의흡수를 10~20배 높여 주는 고마운 식품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주식은 탄수화물이고, 이러한 탄수화물을 제대로 대사시키기 위해서 필수적인 조효소가 바로 비타민 B1이다. 비타민 B1을 비롯한 보조인자가 부족하면 포도당은 에너지를 내지 못하고 피로물질을 만들거나 지방으로 전환될 수 있다.

즉 ‘히든 트랙’과 같은 마늘의 숨겨진 기능이다. 음악 CD를 사서 듣다보면 ‘히든트랙’이 있는 CD들이 가끔 있다. 11번 트랙이 끝인 줄 알았는데, 노래가 끝난 후에도 CD플레이어가 계속해서 플레이중 상태로 뜨더니 한참 후에 새로운 노래가 나온다. 그 CD에는 12번 트랙이 있는 셈이다. 마늘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히든트랙과 같은 선물의 기능을 한다. 마늘속 알리신 성분은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활성화 상태인 알리티아민(allithiamine)으로 변화한다. 더욱 강력하게 탄수화물 보조인자가 되어 우리의 주식인 밥으로부터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 알리티아민은 필요량만 사용되고 여분은 체내에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몸이 피로해졌을 때 사용되어 신체를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작년에 핫했던 마늘주사는 비타민 B1의 활성체인 푸르설티아민 성분을 사용하여 만든 주사제로 그 성분을 직접 정맥에 주사하는 것으로서, 포도당이 에너지로 사용되는 대사경로에서 도움을 주어 활기와 원동력을 준다고 하여 연예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적이 있었다. 한편 탄수화물 섭취 후 혈당이 증가하게 되는데, 마늘속의 알리신은 췌장세포를 자극하여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조절하므로 당뇨에도 효과적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식생활에서 밥과 마늘은 미묘한 관계이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탄수화물, 즉 밥으로부터 얻는 한국인들에게 비타민 B1은 필수적인 영양소이며 마늘에 함유된 알리티아민은 비타민 B1을 쓸데없이 배출하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 사용하게 도와준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고 있는 음식의 궁합은 참 중요하다.

그런데 쌀밥에 비타민 B1 급원 식품, 그리고 마늘까지 있으면 이 식품들은 삼위일체, 서로의 섭취를 돕고 체내 작용시간을 늘리는 등의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준다. 가히 우리의 주식인 밥을 생생한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마늘은 이제 향신료에서 당당한 식품으로 한국인에게 스태미너를 주는 비밀이 아닐까?



조양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