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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우리 전통의 맛] 누룽지의 모든 것

[푸드티비뉴스 이정미 기자] 누룽지는 속칭 누룽갱이·가매치·가마치·눌은밥 이라고도 한다. 간식거리가 귀했던 시절에 우리는 밥을 지을 때 일부러 밥을 많이 눌려 누룽지를 많이 생기게 한 다음 기름에 튀겨서 과자처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전기밥솥이나 압력솥에 밥을 하는 요즘은 누룽지가 귀해졌다. 물론 없는 게 없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이 누룽지를 찾는 사람이 꽤 있어서 그런지 누룽지 관련 제품들이 눈에 자주 띄기도 하지만 직접 밥을 해먹으며 만드는 누룽지만 못한 느낌이다.

솔직히 누룽지가 라면, 피자, 햄버거보다 맛이 없다는 건 인정한다. 요즘 나오는 인스턴트식품은 혀에 닿는 순간 그 맛의 세계에 쉽게 중독이 되지만 누룽지는 계속 씹어 먹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은 아니다. 옛날 문헌에는 약으로도 누룽지가 쓰였다는 말이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 <취건반(炊乾飯, 누룽지)> 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에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병증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병 즉 열격(噎膈)은 누룽지로 치료한다. 여러 해가 된 누룽지를 강물에 달여서 아무 때나 마신다. 그 다음 음식을 먹게 되면 약으로 조리해야 한다.” 고 전해진다.

요즘 현대 한국인들은 쌀을 예전에 비해 덜 먹는다. 최근 뉴스를 보면 한국인들의 연간 쌀 소비량이 60kg 정도로, 하루 기준 공기밥 2개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는 쌀 대신 무얼 주로 먹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 밀가루 음식에 빠져 살 것이다. 라면, 피자, 햄버거 등등이 다 밀가루 음식이다. 밀가루는 영양학적으로 쌀의 경쟁력에 밀린다. 쌀은 밀에 비해 일반성분,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성분 함량이 조금 적지만 필수아미노산 함량은 높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라이신 함량은 밀의 2배 정도나 많다. 또 쌀이 밀보다 아미노산가와 단백가가 높은 것으로 보아 소화흡수율 및 체내 이용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 식품영양학적인 가치로서는 쌀이 밀보다 우수하다. 다만 탄수화물이 대부분인 쌀보다는 잡곡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다면 영양학적으로도 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좋은 쌀에서 나온 좋은 간식중의 하나가 누룽지다. 전문가들은 누룽지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극찬을 한다.“누룽지는 기름과 만난 밀가루음식들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다. 누룽지를 씹어 먹으면, 침샘에서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침이 많이 나오고, 이빨을 자극하게 되면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 또 누룽지를 먹으면 턱관절운동을 하게 되는데 뇌에 자극을 주어 뇌혈관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말한다.

누룽지를 끓여서 먹는 숭늉은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주는데 하얀색 당질과 아미노산은 소화를 돕고 체내대사를 돕는다. 또한 짜고 매운맛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입맛을 중화시켜 체내 밸런스를 조절한다. 누룽지의 고소한 맛은 녹말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포도당과 덱스트린이라는 물질이 생겨나 만들어진다. 짠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음식을 먹고 나면 보통 산성이 높아지는데, 포도당이 녹아 있는 숭늉은 산성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켜주는 동시에 소금기 가득한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숭늉은 구들이 생긴 고려시대부터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유구는 〈임원십육지〉에서 숭늉을 숙수(熟水)라고 했고 고려 숙종 때 나온〈계림유사〉에는 익은 물로 표현되어 있다.

누룽지도 요즘은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는다. 누룽지 백숙은 이미 유명하고 누룽지 스낵이나 누룽지 강정 등 요즘 아이들 입맛에도 맞는 다양한 누룽지 요리가 나오고 있다. 반가운 현상이라 보여진다. 특히 즉석라면처럼 끓는 물을 붓고 2~3분 뒤면 구수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누룽지는 멋진 아이디어 같다. 아침에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누룽지를 가끔 간식처럼 먹어 보는 게 어떨까? 누룽지 특유의 향과 추억이 하루를 활기차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