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여행


[명사들의 맛집] 역대급 가성비 높은 '구좌리얼크니손칼국수'

- 유창선 박사 ( 시사평론가, 인문학 작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저자 )

집에서 가까운 성남 사송동에 있어서 자주 찾는 <구좌리얼크니손칼국수>는 8천원의 돈으로 ‘샤브샤브-칼국수-볶음밥’의 코스를 맛있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가성비로 따지면 가히 ‘역대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제법 알려진 집이기에 식사 시간대에 가면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가급적 그 시간은 피해 가는 것이 이 집에서 그래도 편하게 맛을 즐기는 길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곧바로 미나리와 버섯, 얇게 저민 소고기가 큰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이럴 때면 미나리부터 챙겨먹게 된다. 나이가 들면 건강에 좋다니까 복집에 가서도 가장 열심히 먹는 것이 미나리이다. 그런데 미나리과에는 독미나리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들었던 독배에는 독미나리즙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독미나리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피를 흘리지 않으면서 신경계통을 마비시켜 죽도록 만들기 때문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예부터 즐기는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하고 해독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신경통, 류머티즘, 혈압강하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미나리를 키우는 것이 벼에 비해 이익이 두 배가 된다고 했고, 자신이 유배지에서 미나리를 식용으로 직접 키우기도 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나리를 키울 것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니 미나리를 열심히 먹자.

함께 나오는 소고기는 호주산인데 가격 대비하면 맛이 괜찮은 편이다. 개인 접시에 미나리, 버섯에 얹어서 소스를 찍어 함께 먹으면 맛이 한층 어울린다. 단, 8천원을 내고 최고급 샤브샤브와 같은 고기의 부드러운 질감을 기대한다면 그건 양심불량이다. 고기가 모자란 사람은 추가로 시키면 되는데, 뒤에 이어질 순서를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게 보통 사람의 위의 크기일 것으로 짐작된다. 만두도 추가로 시켜 넣어 먹어도 되는데, 이 역시 위가 큰 사람에게만 권한다.

샤브샤브를 다 건져 먹고 나면 칼국수를 먹을 차례이다. 국수를 국물에 넣고서 몇 분간 끓이면 국물이 껄쭉해지는데, 거기에서 건져먹는 칼국수가 훌훌 잘 넘어간다. 손으로 만든 면이어서 국수의 질감이 쫄깃쫄깃하면서도 무척 부드럽다. 이때부터 김치가 필요해지는데, 이름 있는 <명동교자> 집의 마늘 맛 보다는 덜 자극적이어서 적당하게 느껴지는 맛이다. 물론 배추는 국내산을 쓴다. 칼국수 집에 중국산 김치가 나오면 손님들은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 순서인 볶음밥 또한 별미이다. 재료를 가져다주면 테이블에서 알아서 손수 볶아먹어야 한다. 그런데 어지간한 아구찜 집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볶음밥 보다 맛이 좋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고소한 맛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냄비 바닥에 눌어 붙을 정도로 볶아서 ‘박박’ 긁어먹으면 맛이 최고이다. 볶음밥은 역시 그렇게 먹어야 함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까지 먹으면 배가 불러 숟가락을 놓게 되는 게 정상인데, 나는 볶음밥 맛에 매료되어 추가를 시킬 때가 있곤 하다. 다른 것에는 절제력이 무척 뛰어난 내가 그럴 정도면, 이 집 볶음밥의 맛은 한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 집 출입구에는 “맛 없으면 절대 돈을 받지 않습니다” 라고 크게 써 있다. 그런데 맛없다고 실제로 돈을 내지 않고 간 사람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짐작하건데, 아마 그럴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만약 있었다면 거짓말을 태연히 할 수 있는, 얼굴이 대단히 두꺼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만 워낙 손님이 많은 집이라, 품위 있고 여유로운 식사 분위기를 기대할 곳은 아니다. 살면서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자신이 의미를 두는 중요한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하는 법. 만원이 안 되는 돈을 들고 맛을 찾아간 사람이라면 일단은 맛이 우선이고, 격조 있는 분위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대신 조용하고 여유로운 대화를 원하는 분들은 식사를 마치고 바로 뒤 정원이 있는 찻집을 이용하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만족할만한 식사 일정이 완성된다.

* 구좌리얼크니손칼국수

1) 메뉴 : 얼크니손칼국수 8,000원, 등심추가 8,000원

2) 위치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탄천로 7번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