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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최낙삼 소장,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상품기획이 필요하다.”

[푸드티비뉴스 이정미 기자] MD 1세대로 MD들의 멘토, 잘 나가는 부부 상품기획자로 알려진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은 “저성장시대에 상품기획을 잘하는 10가지 방법” 이라는 책을 출시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지자체, 기업 등에서 상품기획 강의와 컨설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낙삼 소장을 만나 상품기획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최낙삼 소장은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CJ홈쇼핑, 파라코와 키스코리아를 거쳐 수산가공업체인 바다원의 상무로 재직한 바 있는 대한민국 1세대 머천다이저(MERCHANDISER)출신이다. 현재는 좋은상품연구소 소장과 공주대,서울여대 및 여러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1. 상품기획의 전문가이신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상품기획자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나 상품기획 업무를 하시는 분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기업과 시장에 전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곳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는 물론 서비스의 원형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지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상품기획에 중심을 두지 말고 어디엔가 있는, 하지만 우리 회사에는, 우리나라에는, 우리업종에는, 우리업태에는 낯선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서 우리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상품기획 방법을 추천합니다. 훨씬 빨리, 저비용으로, 다양하게 적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상품기획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져야 하고 신상품에 대한 생각의 범위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귀를 얇게, 눈을 크게, 발을 빠르게, 엉덩이를 가볍게 해서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상품기획 방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방법은 30~40년 전 방법입니다. 그 방법을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2. 한국 경제도 고성장시대를 지나 저성장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기획을 통해 성공한 상품의 사례를 부탁드립니다.

2016년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 출시 42년 만에 출시해서 단기간 큰 인기를 끌었던 ‘초코파이 바나나’는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오리지날 초코파이에 ‘바나나향과 바나나 퓨레’를 더하여 맛과 향, 색상을 바꾼 상품입니다. 지금은 인기가 많이 가셨지만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 1400만개를 돌파하며 1개월 만에 30억 원의 매출을 뛰어 넘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과와 음료는 물론 주류업계에 일시적으로 ‘바나나’ 광풍을 일게 함으로써 국내 유통은 물론 수출에까지 기여한 상품입니다.

또한 1971년 한국야쿠르트가 처음 선보인 이래 40년 동안 ‘60ml’라는 사이즈에 묶여 변화가 없던 요구르트는 2014년 편의점 CU가 대용량 요구르트를 선보이면서 단순히 용량의 크기를 늘린 것만으로 새로운 상품이 되었고 지금은 편의점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은 같은 요구르트지만 제형을 달리함으로써 먹는 방식을 바꿔 얼려먹는 요구르트도 나왔고 요구르트 젤리도 나왔습니다. 모두 각 분야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있는 상품들입니다. 최근에는 요구르트 마스크팩도 출시됐습니다. 대용량이라는 형태는 이미 맥주나 사이다에서는 물론 커피업계에서도 아주 흔한 사이즈였고 젤리타입은 수십 년 전에 나온 제형이며 빙과는 구태하기까지 한 형태였지만 요구르트 업계에는 생소한 것이었고 이전까지 요구르트를 소재로 만든 상품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신상품으로 성공한 제품이 되었습니다.

3.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상품기획의 중요한 요소 혹은 기업들이 상품기획시 고려할 부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포함해서)

상품기획의 기본은 타깃 하는 고객의 필요, 즉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품기획에 있어 반드시 사전에 생각해야 하는 것이 어떤 유통 채널을 통해 타깃 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고려입니다. 고객의 문제가 고객들이 누리는 유통채널에 따라 형태는 물론 용량과 제형으로 인해 기대치와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기술력이 있고 만들 수 있고 만들고 싶다는 자기신념만으로 타깃고객에 대한 냉정한 조사와 유통채널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물건을 만들어 디자인과 제형은 물론 포장까지 다 마친 후에 그것이 본인이 희망하는 시기에 유통채널에 놓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품기획의 시작은 반드시 시작점이 고객이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앞으로의 상품기획은 상품이 고객에게 사용됨으로써 제공하는 고객가치 뿐 아니라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이미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나 환경적 가치, 윤리적 가치를 무시하며 만들어진 상품을 고를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너무나 많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생산과정에서부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며 기획된 상품은 기업에 수익을 제공함과 동시에 고객들로 하여금 그것을 만든 기업에 대한 선호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반대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해가며 부당하고 불합리하게 수익을 모으고 모은 수익의 일부를 떼어서 보란 듯이 기부나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호도에 있어 불만족을 표시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에게는 공동체를 이루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보다 진정성 있는 역할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과정의 투명성, 경영의 투명성은 기획된 상품에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4. 최근 좋은 상품연구소를 설립하셨다. 소장님의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우리나라에 상품기획에 대한 개념이 들어온 지 30여년이 지났고 상품기획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상품기획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거나 상품기획을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정식 교육기관에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경영이나 패션 분야에서 작게 배울 수 있을 뿐 정식학과는 물론 책이나 연구도 아직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상품기획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면서 도소매기업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물론 제조업계, 가공업계, 여행업계와 콘텐츠업계에서조차 매년 우수한 상품기획자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신입이 아닌 경력자만을 채용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상품기획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상품기획자가 되고 싶어도 어디선가 상품기획자로서의 자질과 태도, 기술을 배워야 상품기획자로 지원을 할 수 있을 텐데 배우고 싶어도 체계를 갖춰 교육을 제공하는 곳은 없으면서 경력자는 찾는 인력의 언발란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품기획자자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어디서든 알아서 경력을 쌓아오라는 무리한 요구에 당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고 어깨너머로 상품기획을 배운 사람들이 사회 경력을 바탕으로 상품기획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의 상품기획 능력은 전반적으로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상품기획자의 역량을 키우는 것과 상품기획과 관련된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일은 우리나라를 위해서나, 산학계 모두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이미 상품기획에 대한 노하우가 사내에도 많이 축적이 되어 내부적으로도 교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99%에 이르는 중소기업들은 상품기획자들을 내부적으로 훈련시킬 만한 여건이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나 개인의 경쟁력을 위해서나 상품기획자를 체계 있게 훈련시키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상품기획자들을 훈련시키고 양성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그런 기회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5. 상품기획에 관한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인지요

며칠 전 기사를 보니 전국에 편의점이 35000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유통채널이 만연해진 요즘 고객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다양한 오프라인과 PC,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상품과 상품에 대한 정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품이 유통 채널에 놓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품이 고객에게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안의 시대이며 모든 분야에 상품기획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상품기획은 소매상품에만 필요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품기획을 상품기획자만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대학도 어떤 학과를 새롭게 만들어야 학생들로부터는 높은 경쟁률과 기업으로부터는 높은 학업성취도를 자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상품(학과)기획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각 기관이나 지자체도 어떤 정책과 어떤 과제를 어떻게 펴고 운영하는 것이 사회와 공동체상품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서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상품(정책)기획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꼭 상품기획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상품기획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상품기획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때라고 믿습니다.

좀 더 빠르게 효율을 높이고 지금보다 더 높은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저성장시대에 상품기획을 잘하는 10가지 방법” 을 각 분야에서 응용하여 적용해보면 누구라도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