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모녀 작가', 미래의 유물 만들어가는 주얼리 아티스트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세계로 통한다고 굳게 믿어 온 엄마의 신념으로 채워진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딸에게로 이어졌다. 이제 모녀의 작업은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는 감동으로 한류를 이끌고 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MBC ‘역적’, ‘당신은 너무합니다’, ‘파수꾼’, KBS ‘화랑’, ‘완벽한 아내’, ‘그 여자의 바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엽기적인 그녀’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터널’에서 빛난 주얼리가 모녀 작가의 작품이다. 그리고 곧 방영될 MBC ‘왕은 사랑한다’, ‘품위있는 그녀’, ‘마이 온리 러브송’, ‘크리미널 마인드’, ‘청춘시대 2’, '다시 만난 세계‘, ‘흑기사’, 영화 ‘리얼’, ‘시간 위의 집’, ‘검객’, ‘아애묘성인’ 그리고 중국 영화 '상애천사천년2: 달빛 아래의 교환', ‘아애묘성인’, ‘친애하는 아르키메데스’에서도 모녀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모녀 작가의 손을 거친 작품들을 나열하자면 입이 떡하고 벌어질 정도다.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작가 (사진=월간 헤이데이 제공, 포토 박충열)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모녀 작가의 이야기다.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가치관과 감수성은 고상한 기품이 살아있으면서도 혁신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승화된다. 전통 장신구의 거장과 현대 주얼리 계의 스타 디자이너가 만나 만들어진 특수한 감성은 민휘아트주얼리가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리게 하는 원동력이자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양산형 액세서리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감성과 스토리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민휘아트주얼리는 한류 열풍과 함께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관계자들은 모녀 작가의 공로와 높은 기여도를 인정한 듯 작품마다 ‘민휘아트주얼리’라는 이름표를 크게 붙여줬다. 장신구의 자막이 그토록 크게 올라간 것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역사상 유례없던 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휘아트주얼리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와 같이 인정받는 브랜드는 민휘아트주얼리가 유일하다.

‘선덕여왕’ 미실(고현정 분) 장신구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김민휘 작가는 드라마 이전에도 해외 유명 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장신구계의 거장이다. 그의 대표작 ‘문희의 꿈’은 박물관의 전시관에 갇혀있던 신라 시대 유물의 기법을 섬세하게 복원한 뒤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통의 고루함이나 지루함이 아닌, 현대에서도 충분히 아름답게 승화된 고전미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은은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유네스코로부터 최우수 수공예품 인증서를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 고유의 멋이 담긴 유산 ‘문희의 꿈’은 국격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순금과 최고가의 원석으로 만든 그녀의 작품들이 잇따라 큰 대회에서 큰 상을 수상하자 ‘작품을 돈으로 발랐으니 큰 상을 탈 수 밖에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시기 섞인 날카로운 시선들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작품 활동에 매진했고, 이는 딸 정재인 작가에게 큰 영감을 줬다.

‘주얼리 외교관’ 정재인 작가는 한류 드라마, 영화, 그리고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 문화계 전반에 걸쳐서 수준 높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한국 주얼리의 예술적, 문화적인 가치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선배 김태희가 패션 디자이너로 등장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데뷔한 그는 ‘별에서 온 그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등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이름을 올리며 호평을 받았다.

한국을 모티브로 한 모녀 작가의 작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을 무대로 하기에는 좁았다. 의도치 않았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로 작품이 선보여지게 됐고, 큰 호평을 받았다. 모녀의 행보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그리고 ‘아름다움은 만국 공통어’라는 진리를 많은 이들에게 몸소 깨우쳐줬다.

단지 오래된 전통은 생명력이 희미하다. 아무리 귀한 가치를 지닌 전통이라 할지라도 꾸준하게 계승되고 발전돼야 진정한 우리 것이 된다. 전통 문화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해 세대 간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화 소통의 창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휘 작가와 정재인 작가의 공동 작업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모녀 작가의 작업 그 자체가 바로 전통 장인과 현대 아티스트의 협업이다.

지금 세대가 열광하는 모녀 작가의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로 기록 되고,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어 미래 세대의 유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의 뿌리가 된 전통을 계승한 모녀 작가의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작가 (사진=월간 헤이데이 제공, 포토 박충열)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작가 (사진=월간 헤이데이 제공, 포토 박충열)

김민휘 작가 : “제가 갖고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었어요. 아버지께서 사 주신 귀하고 값비싼 첼로를 물려주고픈 마음에 첼로를 가르치기도 했죠. 내심 딸이 저와 같은 일을 하길 바랐나 봐요. 딸이 주얼리를 한다고 했을 때 기뻤어요. 그 때 선물했던 루비 목걸이가 있어요. 루비는 재인이의 탄생석이기도 해요. 한 매거진 촬영을 통해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는 선물’이라는 주제로 그 주얼리를 소개한 적도 있죠.”

정재인 작가 : “주얼리는 효과적으로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에요. 엄마가 준 루비 목걸이만 봐도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니까요. 어릴 때는 엄마가 구매하는 원석의 가격만 보고 주얼리를 사치품으로 여겼어요. 의상을 공부하면서 주얼리가 나 자신을 드러내주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하게 됐죠. 같은 옷을 입어도 포인트 되는 주얼리들로 충분히 다른 느낌을 낼 수가 있어요. 보석이라고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들을 깨뜨리고 싶어서 디자인하는 소재의 폭과 구현하는 틀을 넓혔어요.”

김민휘 작가 : “제가 드라마에 참여할 때만 해도 보석은 상류층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협찬 의뢰가 들어왔어요.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한정적이었죠. 재인이가 디자인하는 폭을 넓힌 뒤로는 중요한 이야기와 가치가 담기는 매개체로 제작 의뢰가 들어와요. 디자인의 범위가 넓어졌고, 디자인이 보여 지는 툴도 다양해지면서 볼거리가 늘어나게 됐어요.”

김 작가는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주얼리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천연 스톤 본연의 색감이 조화돼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들로 이태리, 일본 대회에서 걸작상을 수상했다. 또한 유네스코 최고 수공예품으로도 선정됐다. 그가 해외 유수의 대회에서 ‘한국 수공예 주얼리’로 수상한 때는 ‘한국적인 디자인’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가 없을 때였다. 손으로 탄생한 ‘수공예 주얼리’ 대신 최신식 기계에 의존한 ‘양산형 액세서리’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아무도 그 정성을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그는 장인정신을 담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오래도록 간직하는 작품이 되려면 정성 어린 손길로 금속 내부의 숨겨진 빛을 찾는 과정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전통은 단순히 디자인의 소재가 되는 주제만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정신이자 문화라는 생각에 수많은 연구를 거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손길로 수공예 주얼리를 만들었다. 그가 유네스코 인증서를 받은 작품은 연구 개발에만 꼬박 5년이 걸렸다.

김민휘 작가 : “고전 장신구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마음이 들어서 좋았어요. ‘수공예’를 고집한 것도 그런 이유였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은 그 안에서 단순히 일차원적인 것 이상을 원해요. 특히, 주얼리는 몸에 밀착되는 것이니까 정성을 담는 것이 중요하죠.”

핸드 메이드 위주의 고가 작품만을 만들던 김 작가와는 다르게 정재인 작가는 ‘손’을 거치지 않는 작품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첨단 기술이나 이색 소재를 활용하는 작업도 한다. 그가 구현하는 디자인의 가장 핵심은 ‘스토리’기 때문이다. 적절한 스토리가 담길 수 있다면 매번 다른 그릇이어도 괜찮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 작가는 현대와 사극, 시대극, 케이팝을 넘나들며 파인 주얼리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얼리를 선보였다. 이제는 전 세계 한류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특히, 그의 K-pop 디자인은 단순한 선으로 유기적인 구조를 구현해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색감과 소재의 폭도 넓다. 화려한 색과 우드, 플라스틱, 패브릭 등의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가수마다, 그리고 무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모녀지간 이지만 두 작가가 구현하는 주얼리 라인의 결에는 차이가 있다.

김민휘 작가 : “제가 천연석을 활용해 구현하는 파인 주얼리는 세상에 딱 하나만 존재해요. 천연은 스톤 자체가 하나만 있고, 원석의 결이나 형태, 휘광성과 같은 천연 특유의 효과가 다 달라서 비슷한 느낌을 내는데도 한계가 있죠. 또, 내추럴 스톤은 가격 변동의 폭이 크고, 가격대도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는 국제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소지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원석 판별을 해요. 정말 가치 있는 스톤인데, 그 가치에 비해 가격이 잘 나온 스톤들은 딱 보여요. 그런 스톤들은 금방 가격이 몇 배로 상승하기도 하고, 큰 수익이 나요. 딸에게도 국제 보석 감정사 자격증 공부를 가장 먼저 시켰어요. 근데 재인이는 돈 되는 일에는 뭐 크게 관심이 없어서요. 재인이가 자격증을 따고, 얼마 후에 가져온 것이 개목걸이였어요.(웃음) 이런 형태로 초커를 만들어봐야겠다고 했고, 현아 씨의 솔로 무대를 통해 보여 지게 됐죠.”

정재인 작가 : “제가 소심해서 너무 비싼 원석을 만지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웃음) 하지만, 엄마가 만든 ‘작품’들처럼 수 십 년이 지나도 멋지고 견고해서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기는 해요. 드라마 ‘가면’이나 ‘골든크로스’같이 극 설정 상 초고가의 주얼리가 필요할 때는 다이아몬드 등의 원석 작업을 하지만, 대체로 패션 주얼리가 다루기 더 편해요. 파인 주얼리는 소재에 따라 디자인의 범위도 한정적인 경우가 있는데 패션 주얼리는 더 자유로워요.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천연 스톤의 크랙까지도 구현해내는데 자연적인 색감부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효과 등이 더해져 상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볼수록 질리는 트렌디한 디자인은 지양해요. 어떤 디자인이라도 본연의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해요. 몇 년 뒤에 봐도 좋은 디자인이어야 하니까요.”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벨트 형식의 하네스, 초커, 귀걸이, 반지를 착용한 니엘 (사진=틴탑 쇼케이스)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벨트 형식의 하네스, 초커, 귀걸이, 반지를 착용한 니엘 (사진=틴탑 쇼케이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시간동안에도 많은 스타일리스트 팀이 민휘아트주얼리 쇼룸 안에 들어섰다. 살짝 들리는 대화 사이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화의 스타일리스트 팀은 곧 신화 콘서트가 열리는데 올 수 있냐고 했고, 현아의 스타일리스트 팀은 케이크와 커피를 양 손 가득 들고 와서는 현아가 곧 컴백하니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AOA 스타일리스트 팀은 AOA의 첫 단독 콘서트는 잘 봤냐며 한 멤버가 민휘아트주얼리에서 구매한 주얼리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멤버가 ‘민휘아트주얼리는 다 예뻐서 매장 가서 털어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하자 정 작가의 눈이 금방 하트로 변한다.

정재인 작가 : “물건을 사고, 안사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게 예쁘게 말해주는 멤버의 마음씨도 정말 예쁘고요. 그걸 또 기억했다가 저한테 전해주는 스타일리스트 분의 마음씨도 정말 예쁜 거죠. AOA는 스타일리스트 팀이 바뀌어도 쭉 함께 하고 있는데요. 멤버들이 다 너무 예뻐요. 사진들만 봐도 정말 성의 있고, 배려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다 느껴지고요. 말씀도 너무 예쁘게 해서 제가 항상 감동을 받고 있어요.(웃음) 이번에 콘서트도 제가 갈 수 있다는 말을 늦게 전했기 때문에 티켓이 안 나올 수도 있었어요. 근데, 유나 씨께서 개인적으로 나온 티켓으로 빼주셨더라고요. 또, 수량도 넉넉히 빼주셔서 잘 보고 왔어요. 콘서트도 너무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콘서트에서도 우리 주얼리가 가득 보였는데, 보는 내내 너무 감동받았어요. 일이 이어지는 것도 다 인연이 있어서인 것 같은데, 좋은 사람들은 꾸준히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으니 일이 신날 수밖에 없어요. 자꾸 더 예쁜 것들 만들어서 예쁜 모습 만들어주고 싶지 않겠어요.”

김민휘 작가 : “협찬 받는 연예인 분들이 구매도 많이 하니까 재인이가 그만 사라고 말리기도 해요.(웃음) 우리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아요. 다른 브랜드의 경우, 연예인 분들이 증정 요구를 한다는데 오히려 우리는 협찬 받은 연예인 분들께서 구매를 많이 해요. 재인이가 연예인 분들께 제 통장 번호를 알려줘서 제가 늘 ‘이 사람이 누구냐’고 되묻고는 해요. 활동하실 때, 가명을 쓰시거나 성을 빼고 이름만 쓰시니까 계속 헷갈리더라고요. 협찬사진의 경우에도, 다들 사진을 얼마나 예쁘고 성의 있게 찍어주는데요. 어떤 분이 민휘아트주얼리에서 협찬하는 연예인들은 다 마음 씀씀이가 예쁜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사람들이 협찬 사진들을 보면서 ‘주얼리 예쁘다’보다는 ‘(연예인이) 정말 성의 있게 해준다.’는 말을 먼저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예쁜 마음은 사진만 봐도 사람들에게 다 보이는 것 같아요.”

정재인 작가 : “그건 정말 그래요. ‘주얼리 예쁘다’는 말도 다 배려심에서 나오는 말이거든요. 주얼리가 정말 예뻐서라기보다도 그런 말에서도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보이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과 작업 하게 되는데, 작업을 하다보면 내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사람들이 보여요. 현재 일등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좋은 사람이라면 현재 일등이 아니더라도 일등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잖아요. 저는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본 마음이 예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과 계속 작업하고 싶어요. 우리 주얼리를 특별하게 신경써주는 분들께 특별하게 신경 쓰고 싶고요. 각자의 분야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디자인에 더 신경 써서 더 좋은 디자인을 해줄 수 있고, 스타일리스트는 우리 디자인에 신경 써서 스타일링해줄 수 있고, 연예인은 우리 주얼리가 사진과 영상에 잘 보이도록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렇잖아요. 그게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들도 아니고요. 쉽거나 당연하다는 말은 아니에요. 서로 조금씩만 생각해주면서 더 발전된 그림들을 그려나가면 좋다는 것이죠.”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전통 아름다움이 담긴 고전 장신구를 선보여 온 김 작가는 모던한 감각과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가진 딸 정 작가의 폭넓은 작업들 덕분에 화려한 K-pop스타들이 친숙하게 됐다.

김민휘 작가 : “단순히 협찬 개념을 넘어 협업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이번 틴탑 ‘재밌어?’ 뮤직비디오 피팅 사진 보면서도 재인이가 ‘천지가 웬일로 귀걸이를 이렇게 많이 착용했어요? 이런 스타일은 안 좋아했는데’ 하자 스타일리스트 분이 ‘저도 놀랐어요. 착장 마다 귀걸이를 바꾸고 더 긴 스타일도 하고 싶다고 했어요.’ 하는데 그 짧은 대화 안에서 지난 세월과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느껴졌어요.”

틴탑 역시 정 작가와 꽤 오랫동안 협업해왔다고 한다. 틴탑은 앨범마다 새롭고 혁신적인 주얼리 패션을 제시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지난 앨범 ‘사각지대’를 통해서는 이중 체인으로 된 부토니에와 넥타이 핀, 얇은 가죽으로 레이어드된 초커, 길이감이 긴 십자가 귀걸이들을 포인트 아이템을 내세우며 남성 주얼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트랜드를 선도했다. 이후, 비슷한 아이템들이 순식간에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정재인 작가 : “이번에도 새로운 주얼리 아이템을 보실 수 있어요. 저번 앨범보다 의상이나 주얼리가 더 과감해졌는데 틴탑,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잘 챙겨주셔서 저도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바디 주얼리와 옷에 부착하는 주얼리들도 있어서 무대 보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아요.”

최근 틴탑의 멤버였던 엘조가 연기자로 전향한다는 기사가 보도 됐다. 정 작가는 예전 인터뷰를 통해 틴탑 활동 외에 드라마에서도 꾸준하게 자신의 주얼리를 찾아준 엘조에게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엘조가 탈퇴하고 5인조로 개편된 틴탑과 작업하는데 아쉬움은 없을까.

정재인 작가 :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잘 모르기도 하고요. (엘조가) 주얼리를 많이 착용하는 멤버였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봐도 고마운 일들이고요. 근데 다른 멤버들도 다 많이 신경 써줘서 이번에도 그림이 잘 나올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대략적인 이미지들을 봤는데 정말 멋지더라고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틴탑과의 작업이 더 좋다고 느껴지는 것은 일이 발전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틴탑 멤버들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낀 점은 본인들이 꾸며지는 것보다 노래와 안무 잘 하는 것에 더 포커스를 두는 것 같았어요. 의상과 주얼리는 전문가들이 있으니 존중하겠다는 말도 했어요. 그것도 멋진 생각이에요. 근데 저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요. 멤버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귀찮게 많이 물어봤어요.(웃음) 처음에는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점점 본인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주얼리들을 멋지게 스타일링 해나가더라고요. 그렇게 소통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사람들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주얼리들이 나오게 됐죠. 무대 영상들을 시간 순으로 보면 그 짧은 활동 기간에도 주얼리를 비롯해 무대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보여요. 계속 소통하면서 신경 쓰기 때문이죠. 함께 작업하면서 멤버들이 계속 발전하는 것을 보는데, 그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본인들이 보여 지는 모습들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가 다 보이니까요. 같은 주얼리를 가지고도 스타일링을 다르게 하고, 또 다른 주얼리와 믹스매치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 모습들이 전부 다 우리 주얼리를 통해서 비춰지니 저도 뿌듯하고 고마워요. 처음에 ‘이런 스타일은 이렇게 보일까봐 걱정 된다’며 시도하지 않았던 아이템도 이제는 본인이 먼저 시도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는데 그런 모습들이 멋져요.”

디자이너로서의 고집을 내세우기보다 착용자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다는 정 작가는 “주얼리는 착용자의 개성과 이야기가 담기는 매개체기 때문에 착용자의 의견이 매우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늘 새로운 아이템과 트랜드를 제시해야 하는 연예인과 디자이너는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다. 하지만, 초상권이나 협찬 등으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민휘아트주얼리는 그런 면에서 타 브랜드보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정재인 작가가 강조하는 서로에 대한 배려 덕분일까. 계속해서 많은 아티스트들과 윈윈하며 새롭고 아름다운 그림을 선사하고 있다.

여러 주얼리 브랜드들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샵으로 찾아와 “민휘아트주얼리는 모든 주얼리 브랜드가 꿈꾸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저렇게 이상적인 방식으로 재밌는 일들을 해나갈 수도 있구나 싶었다. 민휘아트주얼리는 내가 꿈꾸던 그림 그 자체다. 남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주얼리 업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김민휘 작가 :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 좋았어요.(웃음) 우리 직원들도 함께 듣게 됐는데 우리 모두가 더 열심히 하자며 한 번 더 힘을 내는 계기가 됐죠. 보통 패션 브랜드는 대행사나 기타 채널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협찬과 홍보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채널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와 일하는 분들은 우리를 직접 찾아주실 수밖에 없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죠.”

“딸이 합류하고 일의 방향이 자꾸 넓어지고 있어요. 제가 재인이가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요. 재인이가 일하는 방식들을 누구나 부러워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지는 않다는 것이에요. 이번 니엘 솔로 앨범 주얼리 작업 의뢰가 들어왔을 때, 재인이가 많이 고민 했어요. 일이 급하게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 때 신화, 엑소 첸백시 등 남자 아이돌 그룹만 5팀을 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새로운 그림을 낼지 고민이 많았죠. 다른 주얼리 디자이너가 아티스트 앨범에 협업할 수 있냐고 물어 와서 같이 하려고도 했는데, 그 분은 추후 수익은 어떻게 나는지 등 여러 가지를 따지더니 안하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재인이가 혼자 다 하게 됐죠. 근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안무, 의상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또 새로운 디자인들을 해내더라고요. 기특했어요.”

“저는 재인이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분들도 현명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재인이처럼 진심으로 잘해주려고 하는 사람 만나기 힘들거든요. 저는 안하겠다고 한 다른 주얼리 디자이너의 입장도 이해 됐어요. 현실적으로 재인이처럼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해주기가 힘들어요. 근데 또 그런 것들이 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유의미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사실 이제는 작품을 골라가면서 하라는 조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재인이가 정말 의리파에요. 아무리 바빠도 도움 받았던 분들께 의뢰가 들어오면 ‘이건 무조건 잘해야 돼’ 하면서 다 챙겨요. 잠을 안자면서도 시간 맞춰 다 해내요.”

정재인 작가 : “그 일을 겪으면서 느낀 바가 많아요. 제가 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일단 해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요.(웃음) 얼마나 수익이 나느냐가 제게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면서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들이 좀 답답하더라고요. 리스크가 큰일도 아닌데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크게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아니잖아요.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일을 해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안에 쌓이는 것들이 있기도 하고요.”

“저는 의뢰가 오면 저를 찾아준 것 자체가 정말 고마워서 열심히 하고 싶어요. 또, 제 디자인이 멋지게 보여 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하고요. 여러 가지 계산을 하면 손해 보는 일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저 일상이 반복되어 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어떤 보상을 바라고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하고 싶으면 하고, 또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자는 주의에요. 가끔 저보고 뭐하러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제가 함께 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배려를 받으면서 하고 있어요. 그 안을 들여다보신 분들은 ‘열심히 하고 싶을 수밖에 없겠네’라는 말씀들을 해주세요.”

정 작가는 뭐든지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해나가고 있다며 소통을 통해서 더 좋은 그림들이 나오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민휘 작가 : “재인이는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도, 전체적인 그림을 함께 봐요. 근데 그 시야가 넓어져서 드라마 작업을 할 때도 점점 크게 보고 있어요.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이때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정재인 작가 : “처음에는 드라마에 맞는 디자인을 해서 장면 장면에 생명력을 더 불어넣고 싶었어요. 극에 꼭 맞는 디자인은 지나가는 소품과 장면을 두고두고 회자되게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근데 일을 하다 보니까 억대로 들어온 PPL 대신 우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자꾸 늘어났어요. 사실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까지 큰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게 그런 행운이 몇 번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그런 기회들이 주어지더라고요. 우리를 믿는다며 맡겨주시는데, 그 이상의 도움이 되고 싶어졌어요.”

디자인은 중요하지만, 무형의 가치다. 정 작가는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봐 준 사람에게, 그리고 그녀를 믿어준 사람에게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더 열심히 알아보게 됐다.

정재인 작가 : “그저 저 개인만 생각하고, 제 작업만 생각하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 않기는 해요. 재밌고 보람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하지만, PPL과 연관이 되면서 제작진에게, 그리고 제게 디자인을 의뢰해준 기업에게 수익적으로도 도움이 되어야겠더라고요. 저를 크게 믿어주시는 분들께 제가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어요. 지금도 그 방법은 계속이 고민해 보고 있는 중이에요.”

민휘아트주얼리의 디자인이 가미된 LG 화장품 컬렉션 (사진=LG 생활건강)
민휘아트주얼리의 디자인이 가미된 LG 화장품 컬렉션 (사진=LG 생활건강)

민휘아트주얼리는 화장품, 가구, 휴대폰 등 다양한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했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주얼리로 시작한 일이지만 기업 측에서는 단순히 주얼리를 넘어 상호 시너지 발휘가 가능한 매력적인 콘텐츠로 바라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김민휘 작가 : “요즘에는 기업들로부터 디자인 의뢰가 많이 들어와요. 근데 그렇게 우리에게 들어온 제의를 재인이가 드라마 안에 녹여내서 PPL로 이끌어내기도 했죠. 기업도 우리의 디자인이 입혀진 새로운 에디션을 드라마를 통해 발표하고, 드라마도 극에 맞는 디자인을 받으면서 PPL도 받게 됐어요. 항상 ‘빅 픽쳐’를 그리는 아이에요. 많은 사람들을 한 회의장 안에 모아놓고, 모두가 좋을 수 있는 판을 다 짜더라고요.”

정재인 작가 :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고 있어서 좋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PPL을 찾고, 드라마 팀에서는 PPL이 필요하지만 드라마와 맞지 않는 PPL은 부담스러워 해요. 제가 대본을 보고 여러 그림을 구상하면서 ‘뭔가 잘 맞겠다’ 싶은 지점들이 보이면 추천해요. 저도 제가 참여한 디자인이 드라마를 통해 효과적으로 비춰지고 기업의 수익성, 드라마의 작품성 양 쪽 모두에 좋은 일이 되면 좋죠.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저도 기뻐요.”

김민휘 작가 : “그 방식이 늘 기발하고 새롭기 때문에 더 대단해요. 요즘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재인이가 추진해서 성사된 일이 있는데 그것도 재밌는 방향으로 풀리고 있어요. 기업과 드라마 제작사 모두 ‘이런 PPL은 아무도 안 해본 것 아니에요? 우리가 최초네요. 잘 되면 정말 세련된 마케팅이 되겠어요.’ 하셨어요. 재인이가 무슨 말을 하면 다들 ‘그런 일은 처음이다. 안 해봤던 거지만 해보면 정말 좋겠다’는 말씀들을 하세요. 남들이 하지 못한 생각들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딸이 제게도 많은 영감을 줘요. 재인이가 아이디어도 많고 열심히 하고 또 착하다 보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그 쪽 회사로 입사해달라고 하세요.(웃음) 방송국에서도 그러고 제작사에서도 그래요. 협업하는 기업에서도요.(웃음)”

정재인 작가 : “엄마는 자꾸 진짜로 취직해보라고 그러세요.(웃음) 제가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은 엄마를 포함해서 내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요. 제가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아요. 재밌겠다며 제 말을 들어주고 잘 되도록 해보자며 다들 도와주세요. 그리고 같이 회의하면서 더 좋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일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요. 새로운 방법으로 해본다는 것이 귀찮을 수도, 불필요한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저를 믿어주는 마음들에 보답하고, 또 이런 좋은 일들이 지속되려면 제가 정말 열심히 해야 돼요. 제가 한 이야기들로 시도해봤을 때, 정말 그림이 달라지고 모두에게 좋아져야 다음 일도 있게 되니까요. 저는 이때까지 일을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해 왔고, ‘윈윈’하는 일들을 만들려고 해왔어요. 이제 (일을 시작한지) 5년차가 되니까 서로 믿는 관계들도 많이 생겼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의 마음에 달린 일이라는 것을 아는 현명한 디자이너의 시각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해냈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면서 점점 더 큰 그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민휘 작가 : “재인이를 오래 본 사람들은 재인이가 순수한 마음이 있다며 그 점을 참 예뻐해 주세요. 정말 어려운 이야기를 굉장히 해맑게 ‘이거 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하니까 왠지 들어줘야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 말을 다 하세요.(웃음) 모든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스터피스를 창작해내는 예술가가 되려면 순수한 열정과 세련된 안목이 있어야 해요. 저는 엄마니까 딸이 계속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고 싶어요. 근데 한 편으로는 일을 좀 쉬엄쉬엄 하길 바라기도 해요. 예쁜 나이인데 일에 너무 빠져 있으니까요. 요즘에 많은 생각들이 들어요.”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누구보다 많은 작품 세계를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녀 작가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존재는 반려묘 미미다.

김민휘 작가 : “우리가 남편보다 늦게 퇴근해요. 우리가 작업하느라 집에 안 들어올 때면 남편이 미미 사진들을 보내고는 하죠.(웃음) 저도 미미를 예뻐하지만 재인이는 미미를 볼 때마다 매순간 감탄사를 쏟아내요. 키운 지 6년이 넘었는데도 말이에요. ‘엄마 미미 좀 봐. 지금 너무 예뻐. 빨리 좀 봐봐.’라고 해서 보면 늘 똑같은 포즈로 앉아있을 뿐이에요. 하하. 그런 것들을 보면 나중에 자기 새끼는 얼마나 예뻐할까 싶어요.”

정 작가가 빨리 결혼하기를 바란다는 김 작가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다고 한다.

김민휘 작가 : “재인이의 뛰어난 재능과 능력은 정말 인정해요. 하지만 엄마로서 딸이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요. 주변으로부터 재인이에게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연락도 많이 받는데 이제는 그런 말도 정말 지겨워죽겠어요.(웃음) 어차피 소개해준다고 해도 본인이 안 받는다고 해요. 본인도 만나야 된다고는 말하는데 그게 진짜 말 뿐이에요.”

정재인 작가 : “제가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성격이라서 그래요. 일단 지금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까 매일 뭐가 몇 개씩 있어요. 방송 일은 급박하게 해야 될 일들이 많으니까 늘 마음이 급하고, 그런 일들의 연속이죠. 그래서 꼭 봐야할 사람들도 잘 못 봐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꼭 시간을 내서 밥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그게 말로만 그칠 때가 많아져서 그것 또한 고민이 많아요. 저는 정말 고마워서 진심으로 보자고 한 것인데 막상 시간을 잘 못 내니까 상대방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는 것 같고요. 진심은 그게 아닌데. 속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제가 정말 잘하지 못해서요.”

정 작가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직접 만든 브랜드 명에 ‘민휘’라는 엄마의 이름을 넣었기에 더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 엄마의 이름 때문에라도 더 정직하고, 바르게 일을 해나야겠다는 생각이다.

김 작가는 본인이 착용하고 싶은 주얼리를 만들려고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녀 자신을 위해 제작한 주얼리를 본 사람들이 ‘그런 디자인은 처음 본다. 나도 사고 싶다’며 주문 제작을 요청했고, 주문은 곧 쇄도했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 국립중앙박물관, 경복궁 등 정부와 관련되고, 규모가 큰 곳에서도 납품 요청을 받았다.

사업할 생각이 없던 그녀가 사업자등록증을 만든 계기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거래를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시 사업자등록증도 없던 그녀를 작품성 하나만을 보고 박물관의 첫 공동 개발자로 선정했다. 그녀는 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공동 개발자로서 문화 상품들을 개발하게 됐다.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모든 상황이 마치 그녀더러 사업을 하라고 등 떠미는 것 같았다. 그녀의 주얼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녀와 함께 일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런 김 작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이다.

김민휘 작가 : “제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재인이는 늘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준 착한 딸이에요. 제가 사업에 관련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덜컥 이 큰 평수에 숍을 한다고 했는데 그 무렵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상실감도 있었고,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져서 눈물만 났어요. 그 때 재인이가 학생이었는데, 시험도 있었고 자기 공부를 해야 했거든요. 근데 씩씩하게 ‘엄마 울지마’ 하더니 밤새 오프닝 파티 준비를 해주고 필요한 것들을 꼼꼼하게 챙겨줬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우렁 각시처럼 모든 준비를 다 해놨더라고요. 지금도 엄마를 잘 챙기는 예쁜 딸이에요. 재인이가 태어났을 때, 작명가가 ‘집안에 정말 큰 복덩이가 태어났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나요. 우리 재인이는 진짜 복덩이에요.”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참여한 MBC 드라마 ‘역적’ (사진=MBC)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참여한 MBC 드라마 ‘역적’ (사진=MBC)

브랜드에 정 작가가 합류한 뒤 브랜드의 방향이 많이 수정됐다. 디자인에는 변화가 생겼고, 브랜드는 더욱 더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매출이 몇 배로 늘게 됐다. 꾸준히 이어져 온 전통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 전통을 새로운 변화로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재인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엄마 이름을 꼭 세워줄게. 나만 믿어’ 했어요. 제가 방송 일을 하면서 제 디자인이 쉽게 여겨진 일이 생겨서 힘들어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만두려고 했는데, 재인이가 포기하지말자며 힘을 줬어요. 디자이너도 나이에 대한 편견이 따르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엄마인 저를 안고 간다는 것이 몇 배로 더 힘든 길이죠. 더군다나 재인이 그 자체만으로도 빛날 수 있는 조건들이 많거든요. 주변에서도 엄마 이름을 안고 가지 말라는 조언들을 했고, 저도 그렇게 말했어요. 근데 재인이가 꼭 엄마와 함께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딸에게 정말 고마워요.”

김 작가는 정 작가를 두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딸이지만 정말 멋져요. 함께 일하는 분들도 재인이가 멋지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요. 가장 높게 사는 부분은 생각은 이상적으로 하지만 방법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도록 찾는다는 것이에요. 정말 열심히 하고, 또 워낙 체력이 좋아서 가능한 것 같아요.”

정재인 작가 :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큰 계획을 잡았던 것은 아니에요. 주어지는 일들을 열심히 했고, 그것을 알아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김민휘 작가 : “열심히 하면서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우리 딸은 제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줬어요. 그래서 너무 고마워요. 재인이가 어렸을 때부터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늘 편지나 선물들을 잔뜩 받아 왔죠. 길거리에서 캐스팅 돼서 연습생 시절을 보낸 적도 있어요. 진로를 스스로 정하게 하고 싶긴 했지만, 외모에만 치중하게 될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괜한 노파심에 ‘예쁜 것은 금방 지나가. 더 중요한 것은 네가 바르게 자라고, 무슨 일을 하면서 행복할지야.’라고 말하고는 했는데요. 그 때마다 재인이는 ‘엄마 걱정 마. 나도 잘 알고 있어’ 했어요. 꼬맹이가 야무진 목소리로 그런 말을 했죠.(웃음)”

정재인 작가 :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큰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고, 또 발전해나가고 있는데요. 엄마가 아니었다면 주얼리에 대해 크게 생각 안 했을 것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열심히 했는데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엄마 덕분에 그런 방황이 마무리 되어서 기쁘죠.(웃음)”

김민휘 작가 : “함께 하기 때문에 작업한 세월이 쌓이고 더 단단해지고 있어요. 우리가 대중문화 콘텐츠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해외 팬 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세요.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서 오신 팬 분께서는 재인이가 작업한 ‘화랑’의 박형식 씨 역할이 제가 작업했던 ‘선덕여왕’의 이순재 씨였다며 장신구 사진들을 엽서로 만들어서 선물해주셨는데요. ‘선덕여왕’이 거의 10년도 더 된 드라마잖아요. 사실 그런 부분까지는 저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정말 신기하고, 또 감사했죠. 재인이의 작업들을 통해 예전의 제 작업도 계속해서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아요.”

김 작가의 작가주의, 다시 말하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탄생한 수공예 주얼리는 그만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들로 인해 수상의 영광을 얻고, 마니아적인 팬 층을 쌓았다. 그리고 정 작가가 작품들이 보여 지는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그 팬 층은 더 탄탄해지고 확장되었다.

김민휘 작가 : “주변에서 매출이 늘어날 방법이 무궁무진한테 좀 더 홍보나 판매에 신경 쓰라는 말씀들을 해주세요. 이러다가 브랜드가 없어지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면서요.(웃음) 생각은 하는데, 한정된 시간 안에서는 언제나 작품에 몰두하게 돼요.”

현재 민휘아트주얼리는 블랙라벨, 화이트 라인, 한국 전통 소재 장신구 라인, 모던한 액세서리 라인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블랙라벨은 다이아몬드와 오팔, 사파이어, 루비 등 다양한 원석으로 디자인한 주얼리 라인이다. 쿠튀르 화이트 라인은 남양진주, 자개를 활용한 고급스런 주얼리 작품이다. 한국 전통 소재 장신구 라인은 산호, 호박, 비취, 옥 등을 활용한 품격있는 주얼리를 선보인다. 모던한 액세서리 라인은 주로 케이팝 스타들이 착용하며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 라인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가벼운 액세서리부터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해 소장 가치를 지닌 작품까지 모든 주얼리 라인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의 폭이 넓다.

민휘아트주얼리만의 다양한 디자인 라인은 세상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고객의 개성에 맞게 디자인을 제시한다는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한, 민휘아트주얼리는 자체 공방을 운영하며 주문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대량 생산 체제에 비해 생산 비용은 높지만 가격 경쟁력과 높은 퀄리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마니아적인 팬 층에 의존하는 작가주의 브랜드들은 판매와 홍보 등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민휘아트주얼리 역시 그렇다. 손해보고 파는 것 같다며 책정된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고객도 있고, ‘브랜드가 없어지면 안 된다. 계속 작품 활동해야 된다.’며 모녀 작가의 손을 붙잡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좋은 디자인은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다. 잘 만든 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서 예술적인 감동을 이끌어내고, 갖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민휘아트주얼리는 얼마 전에 신라면세점에 입점하여 연일 완판 행진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제의를 받아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면세점 입점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가의 작품부터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가격대의 MD 상품까지 준비한 디자인의 대부분이 100% 소진됐다.

김민휘 작가 : “입고하자마자 솔드아웃 메시지가 계속 뜨니까 처음에는 에러난 줄 알았어요. 면세점 관계자 분께서도 입점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이렇게 금방 뜨거운 반응이 오기는 정말 힘들다며 놀랍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열심히 준비한 아이템들이 바로 완판 됐다는 이야기에 얼떨떨하기도 하고, 정말 행복했어요. 솔직히 우리는 자체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어요. 따라서 세일 폭을 크게 한거나,'1+1' 과 같은 자극적인 이벤트를 할 수가 없는데도 좋은 성과가 나서 놀랐죠.”

김 작가는 면세점 입점을 계기로 온라인 시장에도 눈을 뜨게 됐다. 예전에는 주얼리 실물의 아름다움을 디지털로 다 담아낼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매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김민휘 작가 : “세상이 자꾸 바뀌니까 저도 계속해서 배우면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디지털 기기들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꽤 할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배워나가려고 해요. 디자인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계속 바뀌어야 하거든요. 앞으로도 클래식함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장신구들을 통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지속되는 가치와 공감을 전달하고 싶어요.”

언제나 즐겁고 힘차게 각종 분야를 누비는 그녀지만 최종 목적지는 늘 ‘고객을 위한 최고의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다. 민휘아트주얼리가 화려한 연예인이 착용하는 판타지적인 주얼리로 비춰지고는 있지만,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주얼리를 만드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민휘 작가 : “오늘날 민휘아트주얼리를 찾는 고객을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내일 민휘아트주얼리를 찾게 될 사람들도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딸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는 것이 많이 도움 되요. 그리고 한류를 통해 고객층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어요. 모두 제각각 원하는 것이 다 달라요.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어요. 도전 정신이 강한 재인이가 큰 도움이 되죠.”

모녀 작가는 인터뷰 도중에도 번갈아 가며 잠깐의 짬을 내어 공방에 들어가 보고는 했다. 단지 의자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디자이너들과는 다르게 직접 다 실행해보는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들의 이런 실행력이 전통을 덮고 있는 유리관을 거두고, 전통을 현재의 여인들에게 되살려 놓게 했을 것이다.

정재인 작가 : “민휘아트주얼리의 작업은 공동 작업이고, 우리 구성원 하나하나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디자인과 제작, 온라인, 판매 등 각각의 전담 분야가 있지만, 우리 사이의 대화는 끊이지 않죠. 유기적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방송 일 특성 상 시간 압박이 있기도 하지만 민휘아트주얼리처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요. 대중적인 판매만을 위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일하면 금방 지치고 말 테니까요.”

그는 주얼리가 전시된 공간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들이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 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민휘아트주얼리’라는 공간에 소속되어 재밌게, 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에요.”

신문과 매거진의 인터뷰와 국내외 방송 특집 프로그램 등에서 모녀 작가에 대해 많이 접해왔지만, 실제로 접한 모녀 작가는 훨씬 더 순수했고, 모녀 작가의 작업들은 훨씬 더 깊이감이 있었다.

김민휘, 정재인 모녀 작가는 죽어가던 한국 전통을 현재로 되살려낸 작은 거인이고, 한국 전통의 미를 세계에 떨친 위인이다. 앞으로도 모녀 작가의 아름다운 공예 정신이 수많은 작품을 통해 오래도록 사랑 받기를 기원한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