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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인문학] 미래 '제3의 식탁'에 건강한 식재료가 나올까

제3의 식탁, 저자 댄 바버

지속 가능한 ‘식문화 혁명’에 관한 르포르타주

“우리가 음식의 맛을 잃어버린 까닭은 더 이상 맛을 위해 식재료를 재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식탁을 위해 댄 바버는 2050년의 ‘제3의 식탁’을 메뉴를 그려낸다.

‘부드러운 귀리 차와 부들 스낵’을 시작으로, ‘통밀 블루 브리오슈와 블루 힐 농장의 소젖 버터’ ‘로테이션 리소토와 898 호박’ ‘돼지 뼈 숯으로 그릴에 구운 크로사보 돼지고기와 돼지 피 소시지’ ‘식물 플랑크톤을 곁들인 송어’ ‘파스닙 스테이크와 풀 먹인 소고기’ 로 이어져 ‘쌀 푸딩과 맥주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코스.

비록 맛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생한 글만으로도 그가 제안하는 ‘제3의 식탁’에 앉아 미래의 먹을거리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위대한 요리사’가 1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농업 공동체를 체험하고 내놓은 '제3의 식탁'은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관점을 펼쳐 보인다. 댄 바버는 과거와 현재의 잘못된 식습관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제3의 식탁’을 제안하는데, 이는 훌륭한 농사와 훌륭한 요리가 만나야 차려질 수 있다.

제3의 식탁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서양 음식과 농업의 최근 역사를 토대로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식탁을 차려왔는지 살핀다.

예로부터 커다란 고기 한 덩이와 몇 가지 채소를 곁들인 전형적인 육류 위주 식탁을 차렸다. 바로 ‘첫 번째 식탁’이다.

‘두 번째 식탁’은 유기농 육류와 지역에서 재배된 야채를 이용해 차려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두 번째 식탁 역시 생태의 균형을 뒤흔들며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서서히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제3의 식탁’이다. 야채와 곡물, 육류나 어류가 잘 어우러진 음식을 이어가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진 무엇을 식탁에 올릴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에 고스란히 달려 있다.

건강한 재료, 지속 가능한 식단

‘로컬 푸드local food’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어디에나 ‘글로벌 바람’이 불면서 전 세계의 식품 문화는 획일화되어가고 있는데, 이 가운데 토양과 수질은 오염되고 생물종 다양성은 줄어들며 농촌 경제는 더욱 빈곤해진다. 많은 사람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아 ‘친환경’ ‘유기농’이 붙은 재료를 고르지만, 유전자 변형 식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로컬 푸드 운동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로컬 푸드는 그 자체로 즉시 효과를 바라는 조급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소외되는 듯한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전통적인 알 라 카르트 메뉴(자유로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음)로 로컬 푸드 운동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레스토랑으로 꼽힌 스톤 반스에서, 도리어 댄 바버는 그다음 패러다임을 주장한다.

댄 바버는 팜 투 테이블 운동이 기존의 식품 체계에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지역의 다양한 요리 문화를 훼손하는 전 지구적 식량 경제에 대항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팜 투 테이블 운동의 성공과 대중의 인식 변화에도 대부분의 식재료가 재배되는 방식을 규정하는 정치적·경제적 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음을 지적한다.

‘토양’ ‘대지’ ‘바다’ ‘종자’ 등 4부로 구성된 '제3의 식탁'에서 댄 바버는 최고의 맛을 찾는 여정에서 어떻게 매번 재료의 이상을 바라보게 되었는지, 그 지역의 더 폭넓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들었는지 들려준다. 댄 바버가 발견한 기존 식문화의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그는 왜 제3의 식탁을 생각하게 된 것인가? 그가 건강한 식재료와 지속 가능한 식단을 통해 주장하는 ‘제3의 식탁’은 무엇을 가리킬까?

당근을 키우는 땅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해진다

제3의 식탁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베테랑 요리사의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음식의 맛은 재료에서 나오고, 재료의 맛은 그 배경이 되는 자연에서 나온다는 당연한 논리를 재확인한다.

당근이 심겨진 토양에 무기질이 부족할 때 형편없는 당근이 재배되고, 플랑크톤이 넉넉하지 못한 바다에서 자란 숭어는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의 생각은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나오는 유명한 말로 응축할 수 있다. “우리의 식재료가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먹는 것이다.” 나아가 댄 바버는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에 집중한다. 그는 식문화와 음식 역사, 그 토대가 되는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자신이 느끼고 맛보았던 맛을 미래에도 이어갈 수 있을 방편을 고민한다.

댄 바버는 블루 힐이 있는 뉴욕과 그 근교는 물론 스페인에서도 여정을 이어간다. 그 키워드는 바로 식재료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특히 서양 요리에서 널리 쓰이는 밀가루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백밀가루는 가장 맛있거나 영양 높은 밀이 아니라,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현대의 롤러 제분 기술은 밀 알갱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배아와 밀겨를 내배유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밀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영양소가 파괴된다.

1960년대 이후 퍼진 카운터 퀴진 운동은 통밀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말하자면 흰 음식을 악마로 만들며 산업화되기 이전의 식품 체계를 되살리고자 했다.(흰 음식은 과도한 가공과 살균, 재료의 감소뿐만 아니라 현대 미국 문화의 초라함을 상징했다.) 하지만 맛이 없었다. 댄 바버는 제분 방식과 함께 토양에서 답을 찾으면서 맛있고 건강한 밀가루를 찾아 나선다.

맛있는 당근을 재배하기 위해 영양이 풍부한 토양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도 높은 당근에는 건강한 지방과 아미노산, 단백질, 무엇보다 중요한 무기질이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 댄 바버는 최고의 당근을 수확하기 위해 비옥한 배양토를 가져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당도 0’의 당근을 산출하게 된다.

댄 바버는 토양학자 윌리엄 알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한다. 알브레히트의 말에 따르면, 토양 미생물이 가장 먼저 영양을 섭취하고 나서 식물에 흡수된다고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식물은 건강할 수 없고, 이는 그 식물을 먹는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토양에 집중해야 한다. 토양의 무기질이 줄어들면서 식습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이 초래될 수 있다. 건강한 식단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정세가 안정되면서, 토양에 관한 연구도 이어졌다. 끝없는 전쟁과 무분별한 개발로 토양이 점차 훼손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토양의 생식력과 건강을 되찾기 위해 국가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우리는 농업을 산업화시키면서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당연히 여러 식재료의 질도 함께 떨어졌다.

‘바다의 왕자’라는 참치는 여전히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식재료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참치는 풍요롭다고 알려졌지만 냉장 항공 운송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해산물의 국제 무역과 함께 이야기는 달라졌다. 일본인들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의 덕에) 참치에 대한 탐욕스러운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 손을 뻗칠 수 있게 되자 엄청난 양이 어획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스시 열풍 또한 더 큰 수요 창출에 한몫했고 조업 기술의 발전과 유통망 확장으로 이는 더욱 가속화됐다. 결국 참치는 90%까지 개체 수가 감소했다. 댄 바버는 알도 레오폴드가 주창한 ‘대지 윤리’를 변용한, 칼 사피나의 ‘해양 윤리’를 확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함께 바꿔나갈 이웃, 행동을 이어갈 공동체

현명한 농부와 어부들은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대지가 어떻게 힘을 잃었는지. 바다는 어떻게 오염되고 있는지. 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끔찍한 파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요리 문화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첫 시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식과 그 인식에서 비롯된 행동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혼자서는 토양을 살릴 수도 없고,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 품종을 개발하여 재배하기란 힘들다. 우리에게는 함께 할 이웃이 필요하고, 이를 이어갈 공동체가 꾸려져야 하며, 그 안에서 한 명 한 명의 손길로 지속해나가야 한다. 자기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 책은 우리들에게 ‘제3의 식탁’을 그려낼 고민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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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