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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Why] '주세법' 앞에 작아지는 국산맥주

수입 맥아·보리에 30% 관세 부과, 이중고 시달려
수입맥주, 원가 과세로 신고가 낮출수록 싸져

 

[FETV(푸드경제TV)=박민지 기자] 수입맥주가 국내 소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프로모션이 ‘맥주덕후’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국산맥주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맥주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 이면 수입맥주 8캔을 1만5000원으로 구매가 가능한 행사가 열린다. 반면 국산 맥주는 할인없이 1캔에 2000원대에 판매된다.

 

20일 글로벌 리서치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3.1%에 불과하던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이 가파른 속도로 상승해 작년에는 10.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맥주의 국내 점유율은 10%를 넘은 것으로 추정돼왔다. 마케팅 리서치 기관이 점유율을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로모니터 집계는 편의점·마트 등 가정용 시장과 술집에서 팔리는 유흥시장을 모두 합한 것이다. 가정용은 이미 판매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입 맥주로 추정된다.

 

올해 1월부터 마국에서 수입되는 맥주에 대한 관세가 없어졌다. 오는 7월부터는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맥주에 매겨지던 관세도 폐지된다. 이처럼 국산맥주 대비 수입맥주 가격 경쟁력은 커지게 되면서 ‘세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입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주세법’에 기인하기때문이다.

 

◇국산맥주 ‘제조원가’, 수입맥주 ‘수입원가’ 기준 세금 부과

 

주세법상 국산맥주는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주정, 재료, 병, 포장재 등 원료나 인건비, 마케팅과 광고비, 임대료 등에 유통 마진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술의 판매 가격에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 포함된다. 맥주의 주세는 72%이다.

 

예를 들어 재료비에 판매, 관리 등이 합쳐진 맥주 출고 가격이 950원이라고 하자. 여기에 이윤이나 유통 마진 50원을 추가하면 1000원이 세금 기준이 된다. 기본적인 주세는 720원, 교육세는 216원이 붙어 1936원이다.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하면 최종 소비자가격은 2130원이다.

 

이윤이나 유통 마진이 포함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붙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비싸진다. 유통마진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면 최종 소비자가격이 100원 이상(소비자가격 2023원) 저렴해질 수 있다.

 

반면 수입맥주 과세 기준은 ‘수입 원가’다. 업체에서 신고한 수입 원가에 세율을 곱해 세금이 매겨진다. 수입업자가 신고한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신고가를 낮게 부를수록 세금을 덜 낼 수 있고 이익도 더 낼 수 있다. 실제 수입업자가 얼마에 사왔는지 알기 어려워 정확히 세금을 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수입 맥주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통관 후 수입가와 국내 평균 판매가가 무려 6배 차이가 났다.

 

A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산맥주 업계에서는 수입맥주 관세에 역차별을 받아 답답해하고 있다”며 “그래서 수입맥주에 대응 할 수 있는 과일주, 탄산주 등 다양한 맥주와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맥주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B 맥주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일반 가정용 시장에서는 국산맥주 점유율이 확실히 떨어지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는 수입맥주를 국산맥주보다 더 많이 진열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앞으로 유럽맥주 관세도 폐지되면서 수입위주로 맥주산업이 돌아간다면 국내맥주제조와 고용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맥주 제조를 위해 수입하는 보리와 맥아에 매기는 관세도 국내 맥주회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맥주업체들은 지난 1995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할당관세(특정수입품에 대해 일정기한 관세를 낮춰주는 것)를 적용받아 19년 가까이 세율인하 혜택을 받아왔다.

 

2012년에는 무관세(0%)로 수입됐다. 2013년도에는 맥주보리와 맥아에 상반기 8%, 하반기 25%의 할당관세율이 매겨졌다. 그러나 2014년도 하반기부터 맥주보리와 맥아에 대한 할당관세를 없애고 30%의 기본관세율을 다시 매기기 시작했다.

 

국산맥주업체는 수입 맥주보리·맥아 관세와 주세법에 맞춰 주정, 재료, 병, 포장재 등 원료나 인건비, 마케팅과 광고비, 임대료 등에 유통 마진까지도 모두 부담해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 업계는 1년에 300억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어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1200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맥아나 보리를 재배하지만 맥주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이다”며 “맥아를 수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맥아관세까지 부담하면 당연히 맥주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맥주 원료인 맥아를 생산하고 있지만 3%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맥주원료 수입 관세와 주세법을 동시에 적용받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국산맥주업계가 불리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본을 사례를 참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종량세를 실시하긴 하지만 국산맥주 점유율이 90%이상 이다. 일본은 국산맥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맥아 수입을 무관세로 지원하고 있다. 수입맥주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맥아 수입 할당과세를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맥주만 아니라 모든 상품이 공평하게 국산과 수입제품에 관해서 세금을 매기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