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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반도체의 ‘한’, 시스템반도체로 극복할까?

1998년 ‘재벌 빅딜’로 LG반도체 현대그룹에 넘어가
계열사 실리콘웍스와 구조개편 단행…티콘칩 사업 양도
실리콘웍스, 반도체 생산 공장 확보 나서…19년 만에 자체 생산 기대도

 

[FETV(푸드경제TV)=김수민 기자] 지난달 20일 별세한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런 그에게도 평생의 ‘한’으로 남는 사업 분야가 있다. 바로 반도체 사업이다.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역사는 198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회장은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금성일렉트론은 1995년 LG반도체로 이름을 바꾸고 이듬해에는 상장도 했다.

 

LG반도체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고 1990년대 중반에는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고속 성장했다.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긴 구 회장은 LG반도체에 대한 강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들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는 LG반도체에게 큰 악재가 됐다. 1998년 정부는 ‘재벌 빅딜’에 나서며 LG반도체 매각을 추진했다. 구 회장은 끝까지 반도체 사업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1999년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막을 내린다.

 

구 회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발판 삼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반도체 빅딜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전국경제인연합과도 척을 지고 웬만하면 행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빅딜을 거쳐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합병돼 현대반도체로 거듭났다. 하지만 D램 시장 불황과 유동성 위기 등에 시달리다 결국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이후 현대반도체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11년을 지내다 2012년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반도체 호황을 타고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미 D램 시장에서는 세계 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6월에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마무리 하면서 낸드플래시 분야로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세를 지켜보던 LG그룹도 최근 반도체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계열사인 실리콘웍스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 관련 시스템 반도체 설계는 실리콘웍스가 전담하고 LG전자는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용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실리콘웍스에 OLED TV용 티콘(T-Con)칩 사업을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칩 설계 사업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이달 중 LG전자 소속 연구인력 10명 안팎이 실리콘웍스로 이동할 계획이며 7월 1일까지 사업 이전도 완료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사업을 실리콘웍스로 넘겨 LCD, OLED 구동칩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이번 사업 양도를 통해 LG전자는 TV와 생활가전 중심의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를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LG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해 SK하이닉스 시스템IC, 매그나칩반도체 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를 통해 생산해왔다.

 

그러나 4월 전자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가 국내외 파운드리업체 중 1곳을 인수해, 자체 생산 공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웍스는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매그나칩반도체는 물론 중국에서도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999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사업을 넘긴 이후 19년 만에 LG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실리콘웍스가 시스템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는 종합반도체업체로 거듭나게 된다면 LG그룹이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는 또 다른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이 시스템 반도체 사업 투자에 나선 이유는 계열사들의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 때문이다. LG전자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OLED 패널 크기를 키우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품질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 중국 당국의 메모리 반도체 반독점 조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한 몫 한다.

 

실제로 국내의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에 그친다.

 

이에 LG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한 내부 전략을 세우고, 시스템 반도체(SIC) 연구소에서 인공지능 반도체와 5G 통신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