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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비리 실상(2)]성‧학력 차별에 청탁자 명부작성까지

우리‧하나‧국민‧대구은행 등 리스트 관리…전형‧점수 등 조작
성별‧학력 등 차별 선발, 채용을 로비 도구로 활용한 사례도
대검찰청 “유관기관과 함께 채용비리 근절 위한 제도 마련 최선”

 

[FETV(푸드경제TV)=오세정 기자]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8개월여 간 은행권을 휩쓴 채용비리의 실체가 드러났다. 은행권에서는 임직원 자녀 등을 포함한 외부 청탁 등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은행의 인사담당자들이 채용비리에 적극 개입해 별도 청탁 명단을 작성해 관리한 것은 물론, 성별과 학력 등을 차별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 비리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18일 시중은행(우리‧KB국민·KEB하나은행)과 지방은행(DGB대구·BNK부산·광주은행) 6곳에 대한 채용비리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김우현 검사장)는 “수사 결과 12명을 구속기소, 26명을 불구속기소,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을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임직원 자녀‧외부인 청탁 특혜 채용 등  재판에 넘겨진 채용비리 건수는 전체 695건에 달했다.

 

 

은행권 채용비리 온상은 내‧외부 추천이나 청탁자에 대한 특혜 채용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청탁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하며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하나‧국민‧대구은행 등은 필기‧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인 청탁 지원자의 점수를 상향 조작했다.

 

또 하나은행의 경우 청탁 대상자의 감점사유를 삭제해 합격자로 둔갑시켰다. 특히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은행장이 직접 청탁하거나 관심을 갖는 지원자에 대해 별도 리스트를 작성해 보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불합격자가 합격자로 변경되기도 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경우 추천자를 별도로 정리한 문서가 발견됐으나 관련 채점표 등이 모두 삭제돼 조작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특히 앞서 은행권에서는 ‘채용 금수저’를 알리기 위해 은행별 사용한 표식이 알려지며 주목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채용 청탁 대상자들의 이름 옆에 ‘必’자를 적어넣었고, 하나은행의 경우 특정 지원자의 서류에 ‘함OO 대표님’이란 추천인의 이름을 적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은행의 다른 지원자는 서류전형에 아예 ‘최종합격’이라고 표시돼 있었고, 추천자 이름이 ‘김OO(회)’라고 적혀있었다. 부산은행은 기준에 못미치는 일부 지원자에 돌머리를 뜻하는 ‘SB(Stone Brain)’라고 표기한 뒤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들은 청탁이 있는 경우 서류면접은 무조건 통과시키는 관행도 있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에서는 은행장이나 임직원을 통한 정관계 인사 청탁 외 지점장이나 중간간부급 직원들에 의한 주요 거래처 자녀 등 청탁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지면서 채용 청탁 시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다수 발견됐다. 하나은행은 외부 청탁자가 자신의 딸을 청탁하면서 인사팀에 이를 밝히지 않고 ‘청와대 감사관 자녀’라고 허위 청탁한 사례도 적발됐다.

 

또 은행들은 오랜 관행을 통해 내부적 채용비리 문화가 고착화돼 있었다. 국민은행은 청탁이 없었음에도 평소 이름을 알고 있던 부행장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지원자를 오인, 논술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이후 부행장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해당 지원자를 면접단계에서 탈락시키기도 했다.

 

은행권에서는 청탁대상자를 위한 조건 추가, 자격 조작, 반복적 점수 조작 등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하나은행은 청탁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애초 계획은 물론 공고에도 없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했다. 이것도 모자라 480명 중 456위, 344명 중 341위로 합격권에 못 미치는 불합격 대상 2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대구은행은 은행장의 주요 거래처 자녀 채용 지시를 받아 보훈대상자가 아닌 지원자에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하고 영업지원직(보훈특채) 전형으로 합격시켰다.

 

 

 

성별‧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행원 채용 때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설정한 다음 성별 커트라인을 적용해 관리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 때 서류전형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113명 등급점수는 상향, 여서 지원자 112명 등급점수는 하향했다.

 

또 하나은행은 2013년 채용 때 실무면접에서 합격권 점수인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불합격권의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채용했다. 2016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출신대를 차별해 11명의 합격자를 뒤바꿨다. 광주은행은 2016년 채용에서 거래처 유지를 위해 면접 때 탈락한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점수를 조작해 뽑았다.

 

일부 지방은행들은 채용을 로비의 도구로 활용했다. 부산은행은 2015년 채용 때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장이 딸의 채용을 청탁하자 단계별로 점수를 조작하거나 부당하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합격 인원을 증원하고, 임원면접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영어면접을 진행해 합격시켰다. 또 2013년 채용에서는 시금고 재유치에 대한 청탁의 대가로, 부산시 세정담당관으로부터 채용 청탁받은 아들에 대해 점수를 조작해 선발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5년 채용 때 인사‧채용 부문 총괄 임원 딸이 지원하자 자기소개서에 해당 사실을 기재해 서류전형에서 점수 고득점을 부여했다. 여기에 2차 면접에서는 해당 임원이 직접 참여해 자신의 딸에게 최고점을 주고 합격시켰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금감원 등 관련기관에 통보해 채용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채용 청탁 행위 자체를 근절하기 위해 입법적 해결방안을 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유관기관 등과 꾸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