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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에도... '함구'하는 신한금융 3사노조 왜?

신한카드 노조 성명 발표 내용 논의하는 과정에서 성명서 발표 무산
노조권 일각에서 “노사 간 긴밀한(?) 관계로 잘못된 관행 쌓이는 상황” 지적
신한은행 노조 “내부적으로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정리했다”

 

[FETV(푸드경제TV)=오세정 기자] 신한금융그룹의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작 노동조합 측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채용비리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그동안 채용 비리와 관련해 책임자 퇴진 운동을 비롯해 성명서 발표와 엄정한 수사 촉구 등을 활발히 벌여온 다른 금융노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노조 측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한 신한금융그룹 채용 비리 사건을 형사6부(박진원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금감원은 신한은행·카드·캐피탈·생명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총 22건의 특혜채용 정황을 확인했으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신한은행에서만 16건의 정황이 드러났다. 신한생명과 신한카드에서 각각 6건, 4건이 발견됐다. 이중 임직원 자녀에 관한 건은 13건이었으며 전직 최고경영자나 고위관료가 정치인이나 금감원 등을 통해 채용 청탁을 한 정황도 있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타 은행과 단순 비교했을때도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

 

금감원 발표 이후 신한카드 노조 측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서의 내용에 대해 신한금융노조 전체와 내부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 난 것이다. 이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하자는 내부 입장에 따라 정해졌다.

 

이 밖에 신한은행 노조를 비롯한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노조 측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KB국민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노사 간 갈등과 맞물려 채용 비리가 터지자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채용 비리가 드러난 직후 성명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채용 비리·사퇴 관련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종규 회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으며, 지난 23일부터는 고용노동부 남부지청 시위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민은행 본사 앞 컨테이너 점거 철야농성을 이어갔으며 회장 퇴진과 관련된 집회도 13회 진행했다.

 

KEB하나금융 노조의 경우에는 지난해 김정태 회장의 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 경영개입, 인사개입 등의 문제로 노사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채용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김정태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는 것만이 하나금융을 살리는 길”이라며 행동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요집회를 22회 진행해왔고, 지난 1월부터는 107일간 컨테이너 농성을 벌였다. 현재는 투쟁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로, 향후 채용 비리 등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나자마자 즉각 행동에 나선 KB금융노조, 하나금융노조 등과 달리 신한금융노조는 아직 채용 비리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사 간 이해할 수 없는 역학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는 10년간 집회를 해본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이른바 ‘어용노조’라는 일부 비판도 있다”면서 “채용 비리와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그 정도 사안에는 별로 민감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 배경은 노조와 회사와의 관계다. 서로 날카롭게 견제하고 갈등할 때는 갈등해야 하는데 신한금융의 경우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며 “특히 노조 선거를 앞두고 있어 집행부 등은 사 측의 눈 밖에 나면 힘든 상황이고, 조합원이나 직원들 역시 채용비리가 자신들과 직접적인 문제가 아닌 만큼 대응을 꺼리고 있어 잘못된 관행들이 누적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타 은행의 경우는 노사 간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명분이 있지만 우리는 노사 간 관계에서 큰 문제가 없어 굳이 강경하게 나갈 상황은 아니”라며 “인사부서 등을 통해 관련 의혹에 관해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상황이고, 현재로서는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내부 입장정리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