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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 기업 되겠다”… 정도경영 원칙 지킨 故 구본무 회장

LG를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린 재계의 큰 별 지다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총수 부문 1위 LG 구본무 회장

 

[FETV(푸드경제TV)=김수민 기자]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

 

1995년 2월 22일 취임사에서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말이다.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시킨 구 회장은 20일 오전 9시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취임 후 23년간 구 회장이 초지일관으로 강조한 경영 철학은 ‘정도경영’이다. 구 회장의 정도경영 철학이 자리 잡는 동안 LG그룹은 재계에서도 가장 모범적이고 오너리스크가 작은 그룹으로 인식돼왔다.

 

구 회장은 1975년 럭키에 입사해 기업인으로써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과장, 부장, 본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등의 직책을 거쳐 약 20년간 럭키와 금성사의 각종 실무 경력을 쌓았다. 1985년 이후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전무와 부사장 직책을 맡아 그룹경영 흐름을 익혔고 1995년 입사 20년 만에 그룹 회장직을 승계 받았다.

 

구 회장의 취임 이후 LG그룹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1994년 말 약 30조원이었던 LG의 매출은 2017년 약 160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 매출은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GS그룹, LS그룹, LIG, LF 등을 그룹사에서 분리했음에도 거둔 실적이다.

 

구 회장은 전자·화학·통신서비스의 3대 핵심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 등에서 기술 우위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룹 모태인 LG화학도 중대형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괄목할 변화를 이끌었다. 통신을 담당하는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약 2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구 회장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인 것은 그가 바꾼 ‘경영방식의 틀’ 때문이다. 구 회장은 2003년 3월 LG를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시키며 정도경영, 책임경영의 토대를 쌓았다. 국내 대기업이 적은 자본으로 상호출자구조 등을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관행에서 탈피한 것이다.

 

같은 해 LG그룹은 그룹 내 정도경영 핵심조직인 ‘LG정도경영TFT’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 조직은 정도경영 정착을 목표로 신입 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도 경영 교육을 실시하는 조직이다. 또 정도경영 위반 행위를 적발·예방하고 임직원의 부정·비리 제보를 접수하고 조사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구 회장은 최근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총수 부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구 회장의 마지막 신년사는 2017년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일에 임해야 한다. 경영의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 투자자와 사회의 믿음에 부응하고 배려가 필요한 곳에는 먼저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1945년 LG그룹 구자경 회장의 장남으로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다. 미국 유학에서 애슐랜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5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입사했다. 1981년 LG전자 이사로 승진했고 1984년 LG전자 일본 도쿄 주재 상무를 거쳐 1986년 회장실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1989년 LG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2003년 지주회사 LG가 출범하면서 지주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