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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유한양행, 뉴오리진 블로그 홍보물 56개 돈주고 실었다

한 달 사이 네이버 블로그 작성자 56명에게 금전·물품 지원..“마케팅 효과 의문” 지적도

 

[FETV(푸드경제TV)=문정태·박민지 기자] 제약사들이 의약품 사업을 넘어 타 분야 제품으로 진출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이 정체기를 겪으면서 다른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29일 프리미엄 건기식(건강기능식품) ‘뉴오리진’을 출시했다.(본지 2018년 3월 29일자 <1등 제약사 유한양행, ‘건강식품’ 깃발 들고, 백화점 품속으로!>, 2018년 3월 30일자 <“푸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1위 제약사, 유한양행> 기사 참조>)

 

유한양행은 지난달에는 신세계 백화점에 정식으로 입점하는 것을 비롯해 여의도 대형 쇼핑몰에는 건기식 코너와 함께 식품을 활용한 레스토랑도 오픈했다. 또, 지난달 14일부터는 TV광고를 시작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와는 별도로 유한양행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블로그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포털 검색창에 ‘유한양행 뉴오리진’을 검색하면 수십여개의 블로그 후기들이 나온다.

 

 

FETV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유한양행 뉴오리진’으로 검색한 결과, 블로거들의 홍보성 게시물은 지난달 8일부터 게시되기 시작했다. 11일 현재까지 전체 블로그 게시물의 수는 총 83개에 달한다.

 

주목할 부분은 상당수의 게시물이 돈을 받고 작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83개 중 56개에는 “본 작성 글은 유한양행의 지원을 받아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56개의 게시물의 작성자는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다.

 

더욱이, 나머지 27개도 순수한(?) 게시물로 보기 어려운 것도 상당수다. 이들 게시물 중에는 돈을 받고 작성한 것과 거의 유사한 구성과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단지 돈을 받고 썼다는 표현만 빠져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들이 기존에 작성한 포스팅을 살펴보면 물품이나 서비스,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쓴 것들이 많다. 따라서, 이들 게시물 또한 향후에 유한양행의 지원이나 혜택을 받기 위해 작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돈을 써가면서 진행하고 있는 유한양행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를 보일 수 있겠냐는 지점.

 

블로그 게시물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작성돼 있다. 본문에는 플래그십 매장의 인테리어 사진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공통된 사진을 게재했고, 프로바이오틱스·루테인·칼라하리사막소금 등 상품사진과 함께 제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 매장에서 판매되는 뉴오리진이 강조하는 자칭 “올바른 원료”를 주재료로 한 여러 메뉴를 소개한다. 직접 먹었다는 사진들을 올리며 “뉴오리진의 철학이 담긴 메뉴”라고 극찬하며 유한양행 뉴오리진의 광고영상과 사이트와 함께 후기를 마무리하는 식이다.

 

특히, 블로그운영자 개인의 생각이나 느낌이 담겨 있는 글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똑같은 내용의 상품을 홍보하는 글도 볼 수 있다. ‘이런 게시물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한양행의 뉴오리진 마케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은 '광고성' 게시물도 정보로 여기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특히, 패션이나 화장품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업체들이 이런 현상을 활용해 블로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제약사도 이런 마케팅을 하는 건 이채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 업계의 관계자는 “구매 연령대가 높은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는 데 블로거 50~60명을 동원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면서 “게다가 비슷한 포맷으로 작성돼 있는 블로그 내용을 본 소비자들이 얼마나 제품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A씨도 "상품에 대해 검색할 때 블로그를 많이 찾아 보기는 하는 편이다"며 "하지만 원고료를 받은 블로거의 글은 과장을 하거나 단점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홍보글이 아닌 걸 위주로 골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유한양행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전달받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