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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동석이라는 징후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푸드경제TV 정시우 칼럼니스트] 징후들은 많았다. ‘베테랑’(2015)에서 아트박스 사장으로 등장해 단 1분 만에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을 때, ‘부산행’(2016)에서 아내 앞에서 쩔쩔매던 상화가 우람한 팔뚝으로 좀비를 싹쓸이하며 앞으로 전진할 때, 남성식 경장을 연기한 드라마 ‘히트’(2007)에서 그가 입고 나온 미키마우스 셔츠가 ‘미키성식티’란 이름으로 동대문에서 팔려나갈 때…그렇게 많은 순간순간에서 대중은 마동석이라는,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날 것 같은 든든한 우리의 히어로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신(scene) +스틸러(stealer). ‘주연 못지않게 주목받는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영화시장이지만, 마동석처럼 이토록 많은 작품에서 장면을 훔친 건 이례적인 면이 분명 있었다. 이 많은 징후들.

‘범죄도시’는 그러한 마동석의 장기가 극의 중심에서 거칠 것 없이 허용됐을 때 얼마나 큰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드러내는 결과물이다. 추석시즌 극장가 약체로 평가받던 ‘범죄도시’의 반전드라마는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개성과 함께 쓰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부지고 험상궂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동석의 살벌한 분위기와 ‘마블리-마요미’ 등으로 쌓아 온 그의 스위트한 이미지가 적정선에서 만나 극의 재미를 내내 희롱하는 것이 ‘범죄도시’ 매력의 요체이니 말이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로 불리는 마석도(마동석)의 출현이 충무로에 또 하나의 징후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어, 나 싱글이야!” 혼자 오셨군요.(웃음)

마동석: 하하하. 네. 그렇습니다.

Q. 많은 분이 그 대사를 좋아하더군요.

마동석: 누가 주먹을 ‘확’ 들어서 위협할 때 똑같이 힘으로 반응하면 상황이 되게 가벼워져요. 동네 아저씨 싸움밖에 안 되죠. 그럴 때일수록 허투루 받아쳐야 텐션이 올라갑니다. 가령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손을 올려 가위바위보 제스처를 취한다. 무의식적으로 가위바위보를 따라 하는 기자) 이러면 상황이 되게 유머러스해지잖아요? 상대방에게 찬물을 끼얹는 거고요. 그 대사를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 건 아마 그런 텐션을 느끼셔서 그러지 않나 싶어요.

Q. 텐션이 올라가는 상황들을 잘 파악하고 있군요.

마동석: 어렸을 때부터 험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Q. 미국에서 많은 일을 전전하신 건 알고 있습니다.(그는 트럭 운전, 막노동, 접시닦이, 바텐더, 버스보이, 요리보조, 클럽 보안요원 등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동석: 네. 이종격투기 트레이너도 하고 권투도 했어요. 덕분에 대결할 때의 느낌을 잘 알죠. 클럽에서 보안요원도 오래 했는데, 사건 사고가 잦은 곳이었어요. 클럽에 몰래 들어오는 사람, 총기 들고 들어오는 사람, 행패 부리는 사람…참, 다양했죠. 많은 응급상황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어요. 또 제가 형사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큰 도움이 됐죠.

Q. 형사들은 요즘 나오는 ‘충무로 형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군요.

마동석: 많이들 그래요. “왜 형사는 항상 사건이 끝나면 오냐?” “왜 항상 비리 형사로 나오냐?”고 하죠.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걸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Q. 그런 의미에서 ‘범죄도시’는 형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네요.

마동석: 좋아해요.(웃음) 일단 형사들이 열심히 일하잖아요? 사건 터지면 집에도 못 들어갈 정도로.

Q. 사실 ‘범죄도시’의 플롯이 아주 특별한 건 아닙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클리셰들이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들이 당신의 개성과 만나서 다른 느낌으로 변모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마동석: 요새 영화 만드는 분들이 클리셰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죠. 전형적인 것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런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Q. 어떤 지점에서 의견을 주셨나요.

마동석: 처음부터 (기획을) 같이 했어요. 감독님이 잡아 놓은 틀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제작사 대표도 한 명은 친구고 한 명은 친한 동생이어서(‘홍필름’ 김홍백 대표,‘ 비에이 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우리 집에 모여서 회의를 수십 번 했습니다.

Q. 곁가지들을 최소화하고 범죄 자체에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마동석: 네. 싹 뺐죠. 주인공의 가족사라든지 역사 같은 사족들을 다 뺐어요. 그런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템포가 늦어지니까요. 이 사람이 어떻게 해왔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정도만 주고 사건에 집중했죠. 액션 영화는 힘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Q. 마석도를 두고 슈퍼히어로 같다는 평도 있더군요.

마동석: 그게 조금 과장돼 보일 수 있는데 모두 ‘리얼’입니다. 손등으로 턱을 이렇게 통통 쳐보세요. 그럼 골이 울려요. 세게 팍 치면 상대가 진짜 기절하죠. 그리고 마석도가 상대 쇄골 쪽을 누르잖아요? 그러면 진짜 상대가 주저앉아요.

Q. 유용한 정보군요. 캐릭터 적으로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에요. 강철중 이후 오랜만에 말입니다.

마동석: 작은 소망이에요. 속편에 대한 스토리도 사실 있고요.

Q. 최근 많은 영화가 조선족을 다루는 문제로 논란을 겪었습니다. 그 최전선에 있었던 게 얼마 전 개봉한 ‘청년경찰’이죠. 개봉을 앞두고 이에 대한 우려는 없으셨나요.

마동석: 우려, 없었습니다. 일단 ‘범죄도시’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요. 그리고 조선족을 무조건 일망타진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들과 협력도 하는 작품이잖아요? 마석도 자체가 그 지역 주민으로 나오기에 걱정하지 않았어요.

Q. 워낙 개성이 강한 얼굴과 체격이라서 쓰임이 정직하게 나뉘는 인상입니다. 가령 ‘범죄도시’를 비롯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악의 연대기’ ‘함정’ 등은 당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영화죠. 반대로 ‘댄싱퀸’의 동성애자, ‘심야의 FM’의 열혈 팬, ‘굿바이 싱글’의 매니저는 당신의 이미지를 전복시켜 웃음을 준 경우입니다. 두 가지 이질적인 면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동석: 그렇게 봐 주시면 다행입니다. 저는 캐릭터를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해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책을 주는 건 제작자들이지만 선택은 결국 제 못이죠. 어떨 때는 제 이미지와 다른 의외의 곳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떤 때는 ‘범죄도시’처럼 통쾌함을 줄 수 있는 쪽에 마음이 가요.

Q. ‘부산행’에서 연기한 상화 캐릭터는 두 가지 매력이 접점에서 만나 폭발한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글로벌하게 먹히는 매력이었죠.(웃음) 칸국제영화제에서 ‘부산행’을 봤는데 그때 반응은 실로 대단했거든요.

마동석: 하하하. 그건 제가 추구하는 A안과 B안, 그 중간에서 만난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부인 아끼고 좀비와 싸우면 대개 좋아해 줍니다.(웃음) ‘범죄도시’에서도 동네 사람 아끼고 범인과 싸우는 캐릭터에요. 그런 캐릭터들에게 저도 모르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요.

Q. 진짜 마동석은 어떤가요? 굳이 A안과 B안으로 나눈다면요.

마동석: 모든 캐릭터 안에는 제가 조금씩 있어요. 제 안에 있는 어떤 지점을 끄집어내서 확장한 거니까요. 한 마디로 정의내리는 게 쉽지 않은데 일할 때는 진짜 열심히 해요. 캐릭터나 시나리오 이야기할 때는 좀 예민한 편이고요. 그런데 평상시의 저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Q. 마블리, 마요미(마동석+귀요미), 아트박스 사장, 배달통 아저씨, 미키성식…이런 다양한 별명들에 대한 질문은 워낙 많이 받으셨을 테니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웃음)

마동석: 그런데 ‘미키성식’, 진짜 오랜만에 듣네요.(웃음) 그게 드라마 ‘히트’ 때 별명이에요. 그때 극 중 이름이 남성식이었어요. 드라마가 방영될 때 동대문에서 ‘남성식 티’라고 해서 그 미키마우스 티가 한창 잘 팔렸죠. 귀요미-마요미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의미니까 고맙죠. 그렇다고 해서 그 별명이 ‘확아악~’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지나가는 학생들이 저를 보면 “마요미다~”하면서 손을 흔들어요. 그럴 때 조금 애매해요. 거기에서 받아주면 저 스스로가 ‘마요미’라는 걸 인정하는 거잖아요?

Q. 인정하기 싫은가요?

마동석: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게 게니라 제가 저를 그렇게 부르는 게 웃겨서요. “네, 저 마요미에요” 이러는 건 웃기잖아요?(웃음) 그래서 그냥 “네~” 그러고 지나가죠.

Q. 두 가지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생긴 별명이니 즐기셔도 될 것 같아요.(웃음)

마동석: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별명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인상이 강해서 오해들을 많이 하세요. 지금 제 얼굴이 썩었잖아요? 그런데 사실 웃고 있는 거예요.(일동웃음) 이틀 촬영하다가 어제 푹 자고 나와서 지금 기분이 상당히 좋거든요.

Q. 몰랐습니다.(웃음)

마동석: 네. 저 지금 되게 기분이 좋아서 즐거운 표정인데 생김새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세요.

Q. 영화를 보면서 자주 느끼는 건데 그건 단순히 몸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느낌이 강하지 않나 싶어요.

마동석: 졸린 눈!

Q. 졸린 눈이라기보다, 뭐랄까. 좀 묘해요.

마동석: 그 이야기를 몇몇 배우가 했어요.(웃음) 정우성 씨에게도 같은 말을 들었는데 저는 그냥 어릴 때부터 ‘졸린 눈’이라고 생각했어요. 게슴츠레한 눈? 저도 맑게 뜨고 싶은데 이게 잘 안 돼요. 신체적인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Q. 나쁜 의미로 드린 말은 아닙니다.(웃음)

마동석: 네. 좋은 의미로 해주신 걸 알아요. 그런데 저 스스로는 외모적으로 좋아하는 게 없어요. 다 이상하니까 일찍이 포기했습니다. 연기나 열심히 하자 그러죠.

Q. 기획은 창작에 대한 욕구인가요?

마동석: 네. 제작이나 연출에는 재주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시나리오 만드는 단계까지는 재미를 크게 느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배우가 평생 가도 자기가 원하는 걸 못 할 때가 있잖아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 그럴 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서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거죠.

Q. 배우가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의 위치에 들어서면 선택하는 게 또 배우이기도 하죠. 바뀌는 지점이 분명 있어요. 당신도 그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고요.

마동석: 배우로 성장을 하면 책이 많이 들어오고 자신이 고르는 상황이 오긴 합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서로가 원할 때 서로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선택은 결국 그 시나리오 안에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원하는 느낌의 캐릭터가 없으면 나를 선택하지 않는 곳에 먼저 찾아가기도 하죠.

Q. 느낌이 있는 캐릭터란 어떤 것인가요.

마동석: 그때그때 달라요. 저는 느낌에 따라가는 편이라 전략 같은 게 없어요. 전작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센 영화에도 연달아 나오고, 그러다가 코미디를 연이어서 하기도 하죠. 전략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잘 모르거든요. 그런 부분은 좀 단순해요. 캐릭터 안에서만 예민한 거지 외부적인 것들은 ‘만만디(慢慢的)’에요.

Q. 우람한 체구는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들었습니다. 이민 갈 당시 몸무게가 60Kg 정도였다고요. 동양인은 작고 약하다고 무시하는 게 싫어서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미국에 안 갔다면 지금의 몸이 아니었을까요?

마동석: 어렸을 때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어요. 한국에 있었어도 비슷했을 것 같아요. 대신 영어는 못했겠죠.

Q. 마동석이란 사람의 인생 역사를 들여다보면, 무슨 사연이 이렇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동석: 뭐가 많죠?(웃음) 네…뭐가 많아요. 평범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Q. 마동석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시작은 미국 생활부터일까요.

마동석: 아니에요. 한국에서부터 해야 해요. 그것도 뭐가 많아요. 하하하.

Q.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그 운명에 할 수 없이 휩쓸려온 부분이 있는 것 같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쳐 온 편인가요?

마동석: 휩쓸려오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가항력적’인 것들이 있었죠. 특히 어렸을 때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에 제약이 있잖아요? 열아홉 살 때 미국에 간 것도 사실 그런 거였고. 그런 어쩔 수 없는 가정사들이 있었어요. 미국에서 여러 일을 전전할 때는 그냥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집에 돈을 가져다줘야 했거든요. 대학도 갈 생각이 없었는데 뒤늦게 들어갔어요. 운동을 하다 보니 이게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언제고 필요할 것 같아서 들어간 거죠.

Q. 30대에 데뷔하셨어요. 빠른 데뷔는 아니었습니다.

마동석: 한국에는 계속 들어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쳐서 병원에 있느라 시기를 좀 놓쳤어요. 재활도 해야 해서 많은 계획이 틀어졌죠. 치유가 덜 됐는데도 클럽 보안요원은 계속 해야 했어요. 그 역시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죠.

Q. 그렇게 어렵게 2002년에 혈혈단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또 찍기로 한 영화가 2-3년 늦어줬잖아요? 영화 ‘천군’이었나요?

마동석: 네. 맨몸으로 틱 왔는데 영화는 늦어지고 갈 곳은 없고. 뭐라도 해야 했어요. 그때 단편영화들을 찍었죠. 다행히 아까 말씀드린 친구들이 있었어요. 싸이더스HQ에 있던 친구가 배우들을 소개해 줬죠. 미국에서 운동 가르치던 사람이라고요. 그때부터 배우들 몸 만드는 걸 봐 줬는데 이력이 돌면서 일이 점점 커지더라고요.(그는 한때 공유 정우성 조인성 황정민 김수로 김선아 박중훈 신현준 백지영 윤은혜 옥주현 등 많은 배우의 헬스 트레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저는 이걸 하려고 온 게 아니잖아요?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후배에게 일을 넘기고 그만뒀죠. 그렇게 다시 단편영화 찍고, 오디션 현장 찾아가고 그랬어요. 갔는데 영화 사무실이 없어진 곳도 있었죠. 한겨울에 10시간 동안 러닝셔츠만 입고 기다려서 겨우 한 컷 찍었는데 영화 개봉해서 돈 내고 보러 갔더니 편집돼 있기도 했고요.(웃음) 그땐 또 덩치가 지금보다 1.5배 컸으니 어딜 가도 좀 튀었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반쪽입니다. 반쪽. 그때보다 마르고 체지방은 더 많죠.

Q. 지금 체지방량이…

마동석: 12% 정도? 배도 이렇게 나오긴 했지만…눌러보실래요?

Q. 그럼, 실례를…와, 다 근육이군요. 진짜 딱딱하네요.

마동석: 그런데 힘을 빼면 이렇게 좀 나오는 거죠. ‘배 겸 근’육입니다.(일동웃음)

Q. 팔 근육 사이즈에 대해서도 많이들 궁금해 하더군요.

마동석: 지금은 많이 줄었어요. 100킬로 넘었을 땐 22-23인치 정도 됐는데 지금은 많이 빠졌어요. 운동하고 재면 19인치 정도 돼요.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Q. 몸에 부상의 흔적이 많다고요.

마동석: 배우 하기 전에 어깨가 부러져서 쇠를 박아 넣었어요. 드라마 촬영 중 6미터 철 계단에서 추락해서 척추 2개, 어깨, 가슴뼈가 골절됐죠. 수술 후에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절반 정도 걸쳐서 석 달을 잤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건강인 것 같아요. 아무리 미래를 꿈꿔도 몸이 망가지면 다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걷는 게 꿈이 될 수도 있어요. 저 역시 아무것도 못 할 거라는 의사에 말에 크게 낙담을 했던 기억이 나요. 일상생활은 가능할 수 있지만 운동은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죠.

Q. 지금 이렇게 운동을 하고 액션 연기도 하는 건 기적에 가깝군요.

마동석: 다행히 일어나게 된 거죠. 척추가 부러지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대요. 초반에 신경이 조금 죽어서 위험했는데 다행히 돌아왔어요. 근육 량이 많아서 잡아줬다고 하더라고요. 교통사고나 다름없는 일이라 후유증이 크다고 해서 신경 쓰고 있어요. 액션도 찍어야 하기에 운동량을 유지하려고 해요.

Q. 어릴 때부터 불가항력적인 게 많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잘 이겨 오신 느낌입니다.

마동석: 네. 그걸 따라만 간 건 아니에요. 계속 싸웠고, 가려고 한 방향으로 온 거니까요. 결과적으로는요.

Q. 그래서 드리는 질문인데 당신에게 세상이라는 건 싸워서 이겨야 하는 곳인가요?

마동석: 견뎌야 하는 거죠.

Q. 견디는 게 이기는 건가요?

마동석: 그보다는 견뎌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그런 것 같아요. 이기려고 하지 말고, 많이 맞고, 맞아도 버티고, 그러고 나서야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때야 비로소 자기가 원하는 걸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싶군요.

Q. 배우로서 뚜렷한 전략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하셨지만 많은 걸 이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동석: 목표가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게 어떤 하나의 목표는 아니에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기획도 하는 거고요. 배우로서 조금 더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리고 ‘영화’죠.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 연기를 알았어요. 그게 87-88년도입니다. 그때 조금 맛을 보고,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일 수 있겠다 막연하게 생각했죠.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록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어요. ‘와, 영화가 이런 거구나’ 충격을 받았죠. 정말 머리를 띵 하고 맞는 느낌이었어요. 큰 자극이었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영화를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한 거예요. 이게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 있는데 미세하게 달라요. 보통은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어서 배우가 되는데,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영화라고 항상 생각했어요. 일단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이게 머리에서는 정리가 됐는데 말로 표현하려니 어렵네요.

Q.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요. 당신에게 영화, 시네마란 어떤 건가요?

마동석: 저는…저는 사실… 영화밖에 없어요. 지금도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영화 하는 사람들이에요. 운 좋게 어릴 때 친구들 대부분이 이쪽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미국에서 트럭 운전하고 있을 때 전화로 “빨리 들어와서 연기해야 하지 않냐”고 부추긴 게 싸이더스HQ에 있던 친구에요. 형사가 된 친구도 있는데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Q. ‘경험치’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가지 못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나요.

마동석: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멋있어요. 제가 일 중독이 조금 있어요. 쉬는 날에도 거의 시나리오 읽으며 보내요. 운동을 하거나. 영화 외에는 특별히 흥미를 느끼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이게 제겐 좋은 스트레스입니다. 큰, 스트레스. 하지만 좋은.



정시우 칼럼니스트 siwoora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