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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성공기 연재] (13)다이어트에 왕도는 없다

미진이 침대에 모로 누워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다. 대학교 입학 기념으로 부모님께 선물 받은 새 스마트폰. 아람 외에는 별 친해진 동기들도 없는 탓에 스마트폰은 고3 수험생활을 같이 보낸 고등학교 친구들의 연락 외에는 크게 써먹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백건우 선배님 - 생과대 식영과]

‘너, 나한테 과외 받을래?’

‘과외요?’

‘다이어트 과외. 다이어트 고민으로 울고 있었던 거잖아. 옆집 오빠가 해결해 주겠다, 이거지~! 너, 행운인줄 알아. 내가 요새 졸업 논문도 끝내고 엄청 한가하거든.’

미진은 침대 위에 모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이미 몇 번이나 들여다 본 메신저 화면을 띄웠다. 건우의 프로필이 참 그 답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연구실 학우들인듯,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장난스러운 단체 사진, 그리고 상태 메시지는 ‘Do IT Now!’.

(건우) 장담한다. 오빠 말만 잘 들으면 너, 대학 4년이 훨씬 더 행복할 걸.

언제부터 오빠야? 미진의 입술이 밉지 않게 삐죽거렸다.

(미진) 미리 말씀 드리지만, 굶는 건 못해요.

(건우) 그냥 굶는 건 완전 무식한 방법이야. 요요 오면 전보다 더 쪄. 하루에 하나씩만 해보자. 오늘은 감자칩 건너뛰기, 거기에 내일부터는, 알지?

(미진) 네. 햄버거 건너뛰기.

(건우) 응. 내일모레는 그보다 좋은 걸 해보자고. 일찍 자! 늦게까지 깨 있어봐야 배만 고프지.

(미진) 네네.

(건우) 그래. 잘자~!

(미진) 네, 선배도요!

짧은 대화. 그렇지만 미진에게는 몇 번을 다시 읽어볼 만큼 긴 여운이 됐다. 백돼지… 아니, 백건우 선배님이 말해준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 봤다. 일단 오늘처럼 앞으로도 감자칩 없이 살아 보기로 했다.

“하…….”

심심해진 입, 분주해진 마음. 미진은 다시 침대에 털썩 몸을 던졌다. 그는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왠지 선배라는 호칭이 더 좋다. 왜일까? 미진은 지금 그 이유를 굳이 정의하지 않기로 한다. 별 볼 일 없던 캠퍼스 라이프에 볼만한 별이 뜨는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헉헉. 아이고…….”

무릎을 짚고 헉헉거리는 미진에 비해 이미 얼마를 더 간 건우가 되돌아와 제자리 걷기를 한다.

“죽네, 죽어.”

“좀, 좀만, 저 물 좀…….”

“지금 쉬면 더 힘들어. 몸 데워졌을 때 움직여야지! 허리 펴고! 발은 앞꿈치 들고! 가볍게! 시선정면! 어허, 발바닥 전체로 턱턱 무겁게 떨어지면 안 돼!”

“으아……. 헉헉.”

“배에 힘 더 줘!”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러닝메이트가 되어 주겠다는 건우의 말이 이런 혹독한 아침 운동을 의미했다니. 미진은 식단 조절보다는 운동이 백배는 쉬울 것 같다고 호언장담했던 자신의 입을 때려 주고 싶었다.

통통한 볼살을 가리기 위해 언제나 풀어 헤치고 다녔던 머리카락은 줄줄 흘러내리는 땀 덕분에 얼굴에 자꾸 붙어 아무렇게나 묶어 버린 지 오래다. ‘파워’ 라는말이 붙지만 결국 워킹. 고작해야 걷는 거라고 생각 했던 파워워킹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숨이 가쁜 것도 가쁜 거지만, 자꾸 발뒤꿈치부터 땅에 대며 가볍게 걸으라니 발목 근육이 터져나갈 것 같다. 거기에 척추도 바로 세우라는 잔소리에 자세를 곧게 세우면 정말 2년 가까이 쓰지 않던 배와 허벅지의 관절이며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자, 이제 25분이야. 원래 1시간은 해야 되는데 앞으로 5분만 더 하자.”

“어헉……. 헉…….”

“…어이, 죽는 거 아니지?”

“…….”

미진은 겨우 침을 삼켰다. 야심차게 장만했던 운동복도 이미땀투성이.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려 집에서 학교까지 신 나게 질주하곤 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던 거 같은데, 진짜 체력이 이 지경이 됐을 줄 몰랐다.

“이거, 완전 상태 메롱이구만. 너 기초체력부터 길러야겠다.”

헐떡거리는 미진을 내려다 보며 건우는 혀를 찼다.

“이, 이러다 심장마비로 아주 가는 거 아니에요? 나 진짜 심장,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 같아요.”

“네가 중환자냐? 그 정도로 해선 안 죽어! 겨우 30분 걸었어.”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만 일주일을 넘기고 2주차. 감자칩을 건너뛰고 햄버거를 건너뛰고, 건우가 말하는 소위 포화지방산음식을 미진이 성공적으로 참아내자 건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그중 하나가 아침운동이다.

“와, 아파트 단지 한 바퀴 도는 거, 완전 죽을 맛이네요.”

“필수야 필수. 난 별일 없으면 아침 저녁으로 해.”

“두 번이나요?”

“응. 하다 보면 개운해지거든. 스트레스도 풀리고. 난 원래 안 걷고 뛰어. 너한테 일단 맞춰서 걷기로 하는 거지. 심폐지구력 좀 올리고, 이렇게 걸으면서 지방 좀 태우면, 이제 저녁에는 웨이트 운동할거야. 근육 단련! 근육이 있어야 먹는 게 안 무서워지거든. 아! 네가 알 법한 케이스가 있다. 박태환 알지?”

“수영선수요?”

어느 정도 이제 숨이 고르게 쉬어지자 미진이 엉망으로 흘러 내린 머리를 다시 묶으며 말했다.

“응. 사흘 동안 운동 안 하고 잠만 잤는데 살이 7.5kg 빠졌대.”

“네에?! 대박.”

잠만 잤는데 살이 빠진다고? 그거야말로 세상 제일 부러운 체질이다.

“응. 근육이 좋으니까 그 몸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즉 기초대사량으로 열량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거야. 나중에 심심하면 펠프스 식단도 검색해 봐. 피자에, 치킨에, 미진이가 좋아하는 것 다 먹는데도 살이 안 쪄.”

“우와……. 근육만 있으면……!”

“그래. 너도 근육만 있으면 그렇게 먹어댈 수 있어. 그러니 매일 뛰어야 된다고. 유산소로 기초체력 좀 키우고, 나중엔 무산소 하자고.”

“유산소? 무산소?”

산소야 꼭 필요한 거 아닌가? 미진이 눈을 꿈벅 거렸다. 유산소는 뭐고 무산소는 뭘까.

“네가 이렇게 헥헥 대는 게 유산소운동이거든. 지방을 태우는 운동이야.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같이 전신을 사용하는 운동. 무산소운동은 흔히 남자들이 웨이트라고 하는 건데, 집중해서 근육을 단련하는 거지. 탄수화물을 먼저 소모하는데, 결국 근육이 지방보다 소모하는 열량이 높잖아? 근육이 많아지면 자연히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는 거지.”

“아……. 가만히 숨만 쉬어도 kcal가 더 많이 소모된다는 거죠?”

“그러니 둘 다 병행해야지. 지방도 태우고, 근육도 키우고. 이왕살 빼는 거 얼굴은 안 되더라도 허리는 효리 허리 돼봐야지 않겠냐?”

“아, 뭐예요~!”

“와하하! 왜, 효리 허리 싫어?”

미진이 건우의 어깨를 장난스레 밀쳤다. 운동할 땐 죽을것 같지만 하고 나니 뭔가 개운하다. 이대로 들어가서 씻으면 엄청 아침밥도 맛있을 것 같다.

“오늘 수업 끝나고 시간 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건우가 툭 던지듯 물었다. 미진은 흠칫했다. 어디 같이 가자는 건가?

“네……. 네? 네!”

“어디 좀 같이 가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건우. 미진은 말없이 건우를 올려다 보았다.

“어, 어디요?”

건우가 미진을 내려다봤다.

“마트.”

엥? 마트?

“웬 마트요?”

“점심 도시락까진 못 싸더라도……. 아침, 저녁 정도는 닭가슴살 같은 거 먹으라고. 집중기간에는 아무래도 식단도 좀 신경 써야 효과가 좋아. 근육도 잘 붙고.”

“아, 닭가슴살…….”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할 때 단백질 덩어리라는 닭가슴살이 필수라는 말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도 같다. 그래도 같이 장을 본다니. 마트에서 함께 카트를 끌고, 이것 저것 골라 담으며 소곤거리던 젊은 부부들이 갑자기 생각난다. 뭔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야! 너 용돈 탈탈 털어서 갖고 나와라. 싹 써버려야지. 돈 있어봐야 뭐해? 쓸데 없이 햄버거나 사먹고 싶지.”

“…….”

미진이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혹시라도 뭔가를 기대한 자신이 한심스럽다.

“알았어?”

대답 없는 미진을 건우가 다그쳤다.

“…네.”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번 달 용돈이 얼마 남아있더라? 미진은 머릿속에서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전형주 식품영양학 박사의 다이어트 컨설팅

– 포화 지방산? 불포화 지방산?

지방은 항상 나쁜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방은 3대 영양소 중에서 가장 큰 에너지원이며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다만 지방은 1g당 9kcal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1g당 4kcal의열량을 지닌 것에 비하면 아주 높은 에너지원이므로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사용되지 못하고 남은 잉여 열량이 체지방으로 축적되며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지방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포화지방산은 동물성 기름, 불포화지방산은 식물성 기름이라고 하는데요.

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어느 정도 굳은 고체 상태로 육류에서 나오는 동물성 기름과 팜유 등의 식물성 기름을 말합니다.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관 질환 및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불포화지방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며 혈관의 노폐물을 청소해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호두와 같은 견과류나 아보카도, 올리브유, 생선 등으로 섭취할 수 있지요.

한편 트랜스 지방은 불포화지방에 인공적으로 열을 다해 포화지방으로 만든 것이므로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몸에 해롭습니다. 마가린, 빵, 과자, 치킨 등 바삭한 식감을 내는 음식에 많이 함유돼있으니 가능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답니다.



글 구성 강진아 기자